
주+혜
4 years ago

나의 집은 어디인가
평균 3.8
2022년 04월 11일에 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 세상에서 생존을 먼저 구해야 하는 삶은 비극이라 단정 내릴 수 있을까. 터전을 잃고, 국가를 잃고, 가족과 자기 자신까지 잃어야 살 수 있었던 그가 스스로를 찾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땅에 뿌리내리고 정착한다. 난민이면서 성소수자라는 특별한 위치를 가진 이의 고유한 이야기지만 지금도 그와 같은-잃은 채로 살아야 하는- 삶을 사는 이들이 있기에 아민의 이야기는 아민만의 것이 아니게 된다. 누군가의 삶을 비극이라 판단하는 순간 그의 삶은 이미 결론지어진 채 이야기된다. 고유성과 보편성을 모두 지닌 이 영화는 아민의 삶 그대로를 보여주면서 삶의 기반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기반을 잃은 개인은 어떻게 삶을 지속해가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영화 속 분명 충격적이고 참혹한 장면도 많았지만 전쟁으로 인해 삶의 기반을 모두 잃은 주인공이 자신을 발견하고, 누군가를 삶에 맞이하고, 누군가의 삶으로 들어가는 순간순간의 감동이 컸다. 전쟁이 배경이 되는 영화는 개인으로 시작해 거대 담론으로 끝맺기 쉬운데, 이 영화는 아민의 인터뷰로 시작해서 오로지 개인만 이야기한다. 나는 이렇게 오롯이 개인만의 이야기를 전하는 영화가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