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rksel

연애담
평균 3.3
2016년 12월 12일에 봄
니가 먼저 꼬셔놓고 갑자기 이래? 억울함이 느껴질 것 같은 윤주. 그러나 지수는 여러 애정관계에서 겪은 고통을 윤주와 다시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는지 모른다. 최고의 장면은 셋(세번째는 복기해볼것), 처음 하나는 바에서 둘의 모습, 인물 바로 뒤에서 빛을 배제시키고 머리칼과 얼굴의 윤곽선으로 둘의 애틋한 감정을 잘 드러냈다. 화장실 갔다올게. 가지마. 응. 갔다와. 지수의 장난기와 윤주의 수줍음은 관객에게 흐뭇한 미소와 설렘, 애정을 통한 고양감을 전달하기 충분하다. 다음 하나는 술을 마시고 지수의 집 앞에서 기다리는 윤주. 너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며 군고구마(붕어빵?)를 내미는 윤주의 모습. 누군가를 좋아해본 사람의 표정을 완벽히 구현하는 그녀의 연기가 마음을 또 한 번 설레게 한다. 그 장면의 대화에서 친구에게 지수의 이야기를 했다는 윤주의 말에 "그러다 친구 잃어"라는 지수. 지수는 오랜 경험칙으로 미래를 예언했는지도. 지수가 이사한 뒤,(그리고 자신에게 너무 빠져버린) 윤주에게 거리를 두는 단서이기도하다.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 지수는 자신의 감정을 아버지에게 들킬까 걱정이 되었을 터, 그리고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점차 일상이 흔들리는 윤주의 모습을 분명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지수와 윤주가 지수의 집에서 처음 같이 잘 때, 지수는 안쪽을, 윤주는 바깥쪽을 점유하고 있다. 다음부터는 쭉 윤주가 안쪽에서 자게 되는데 이 또한 둘의 감정 변화를 잘 보여주는 장치다. 윤주에게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던 지수는 어느새 거리를 두고 윤주는 점점 더 지수에게 자신의 오감을 집중해 원래 자신의 세계가 흔들리게 된다. 그러나 그 불안정함마저도 사랑의 한 부분일테니 윤주는 아직 자신을 발견해나가는 중일지 모른다. 지수가 떠난 그 집으로 이사를 오는 윤주.(언니네 집은 처음이네 라는 지수의 대사를 통해 비슷한 구조의 집일지 모르는 여지도 남긴다.) 멀어진 마음의 거리를 인천과 서울의 물리적 간격을 통해 잘 드러낸 감독의 연출도 주목할 만 하다.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려는 듯 남자에게 키스하는 윤주. 그러나 곧 그것이 상대방을, 결정적으로 자신을 상처 입힘을 알고 뛰쳐나간다. 그녀의 울음소리만을 들려주는 영화적 처리에서 감독의 섬세함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자신을 찾아와 처음처럼 대하는 지수를 뿌리치고 나온 윤주의 회한 어린 표정은 애정관계에서, 자신의 발견이라는 삶의 장에서 하나의 과정을 상징한다. 그것은 후회와 걱정만이 아닌 앞으로를 보는 눈이다. 과거가 그립고 현재가 아름답지 못하여도 결국 밝은 아침을 또 살아가야 하기에. 그 담배 한 개비가 그녀에게 작은 위안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