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다군의 세계'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한 마치다가 어느 날 학교에서 모두를 싫어하는 이노하라를 만나게 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일본의 고교 로코물은 참 질리도록 많이 나온다는 생각이 자주 들기는 하지만, 이런 영화를 보면서는 그래도 그렇게 많이 내니까 이런 수작도 나올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심을 잘 읽지 못하는 답답하고 순진한 소년이 이런 이야기의 주인공인 것은 클리셰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주인공은 무심하거나 어리숙하기보다는 모두에게 베푸는 삶을 사는 말도 안 되게 착하다는 점에서 변주가 있다. 주인공인 마치다 군의 못 말리는 선행 릴레이는 답답하긴 하지만, 그보다는 웃기고 귀엽고 그래도 응원의 마음이 들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영화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범인류적인 사랑과 특별한 한 사람을 위한 사랑의 차이를 조금씩 배워가는 한 소년의 성장을 그리는 한편, 그의 우주와도 같이 넓은 마음이 주는 무한긍정의 에너지를 관객에게도 팍팍 전해준다. 주연인 호소다 카나타는 주인공 캐릭터인 마치다의 범생이 같은 순수한 면도 있으면서도 언제나 따뜻한 말을 건내주는 매력, 그리고 그 와중에 덜렁거리고 어색한 반전 매력까지 잘 살리며, 세키미즈 나기사는 상대역으로서 그의 캐릭터를 잘 받아주며 관객의 마음을 잘 대변해주는 통로가 돼주기도 했다. 이 영화는 말도 안되는 이상적인 판타지의 면모가 있지만, 그 판타지에 푹 빠지고 싶게끔 하는 유혹을 들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마치다 군의 터무니없이 밝고 화사한 세계에 푹 빠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