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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와 그대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을 때, 잠결에 날 꼭 끌어안고 내 언 발등 위로 따뜻한 발을 얹어주었던 사람. 눈을 감으면 세상의 절벽 끝에 우리 둘만 위태롭게 남겨졌지만. 발치에 옷가지의 무덤뿐이던 좁은 방이어도. 가장 자리에 한기가 도는 전기담요와 꽃무늬 극세사 이불이 덮혀있는 추운 밤이어서 행복했어. 전기요에 피가 돌 듯 잎맥에 물이 번지고 꽃에도 색이 들어 진 자리마다 계절이 깎여 나갔어.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는 말. 그 말 참 맞았던 거 같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말이 어떻게 희망이 되는 말일 수 있겠어. 그 밤뿐이어도 됐었는데. 그때의 전기요는 내 인생에 그어진 가장 소중한 밑줄이었고, 그날 우린 무서운 꿈을 꾸지 않았지. 우린 그 밤에 시간을 보지 않았던 거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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