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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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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onth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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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얌섬

영화 ・ 2023

평균 3.4

신비롭고 아름다우며 토속적이고 기이한 이미지와 이야기, 발상과 진행을 품고 거대한 미스테리가 그 위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 있는 듯하고, 전통적인 색채와 현대적인 색채가 공존하며 신선한 개성과 저돌적인 아이디어가 넘쳐 흘러 눈과 귀가 번쩍 뜨이는 듯 놀랄 만한 데뷔작입니다. 한국의 작은 영화들이 질적으로는 우수한 점이 있지만 비슷한 길만을 따라가는 듯한 인상을 지니고 있음에도 그 궤도 바깥에서 반짝이는 작품을 만날 때 무척 반가우면서도 응원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큰데, 작년의 <벗어날 탈>과 같은 작품처럼 올해엔 <바얌섬>이 그랬습니다. 세 명의 주인공이 외딴 섬에 난파하는 것으로 시작해 꿈과 현실, 실제와 환각 사이 어딘가에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을 내내 겪어 가다가 나중에 가선 세 명이 마치 하나로 보이고, 한 명이 마치 셋으로 보이기도 하는 미묘한 지점으로 쭉 미끄러져 들어가는데, 말로 할 땐 이게 무슨 말인가 싶지만 이상한 기운으로 잘 잡아 이끄는 연출 덕에 그 길이 생뚱맞거나 뜬금없지 않고 온전히 단단하게 느껴진다는 점이 좋습니다. 기술적인 완성도가 좀 떨어지더라도 기본기가 단단하다 보니 부실하게 느껴지는 지점이 없습니다. 제목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 작품은 공간이 주는 미스테리를 무척 잘 활용한 작품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은 이 섬은 마치 한없이 순환하는 굴레처럼 보이기도 하고, 명멸하는 신기루와 같이 보이기도 하고, 그간 일어난 모든 것이 과연 진실과 거짓, 혹은 그 둘 중 하나가 아닐지라도 어디에 더 가까울 것인지마저 가늠하기 어려운 지점에서 끊임없이 장난을 거는 대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측면에선 한국 영화로 이 섬과 가장 비슷하게 느껴지는 곳은 <소름>에서의 아파트가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잔뜩 있었던 것 같은 비밀을 그대로 간직한 이 곳에서, 혹은 그 모든 것이 과거가 아니라 현재 귀신이 장난을 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곳에서, 특정한 순간마다 관객에게 극중 인물이 볼 수 없는 곳에 그 음산함을 암시하는 지점을 파놓아 관객을 반 발 정도 떨어져 보게 하는 지점이 있는데, 이 작품이 잠을 다루는 지점에서 보여주는 무척 흥미로운 지점인, 자는 동안 어떤 것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잠에서 깨는 순간을 어디서 잡고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진다는 점에서 관객을 완전히 몰입시키는 연출과 서로 기묘하게 맞물리도록 했다는 점에 제겐 인상적인 면이 있습니다. 잠에서 깬다는 것은 아마도 관객이 꿈, 환각, 망상 등이라 생각했던 순간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으로 느껴지는 지점일텐데, 사실 영화를 다 보거나 혹은 영화를 멀리서 지켜 본다면 이 작품에선 그 모든 것이 연출자의 장난과도 같아 두 가지의 시점으로 관객을 교란해 덩둘한 자로 만든다는 점에 발칙하고 신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판단하기 어려운 경험과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이야기가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흐릿한 배경과 마치 갇혀 있는 듯한 화면비 안에서 한바탕 만들어 내는 걸 보고 있으면 썩 섬뜩하기도 하고, 덧없는 것을 덧없게 만들지 않으려는 연출가의 힘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마음을 확 사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