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신상훈남

신상훈남

2 years ag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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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공주

영화 ・ 2005

평균 2.9

2024년 05월 22일에 봄

'나였다면'이라는 가정이 끊임없이 대입되는 영화. 내가 딸을 잃었다면, 어른들이 매몰차게 무시하고 끝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 한다면, 그 상황에서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살인이라는 행위는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똑같이 했을 것' 같다는 불쾌한 감정이 든다. 인간은 궁지에 몰리면 피치 못 하는 선택을 하곤 한다. 설령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일지라도. 딸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라면, '기꺼이'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들었던 작품. "우리가 같은 슬픔, 같은 불행을 갖고 있다고? 난 너하고 달라." 하지만 역시 관객들로 하여금 '설득'이 되어주진 못 한다. 특정 대상에게 복수심을 갖게 되는 근거는 '그럭저럭 넘어가줄 만하지만' 몇몇 살인들은 '복수를 핑계삼아 살해욕구를 해소하는 싸이코패스'처럼밖에 보이지 않았다. 상황 설정 자체가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주인공에게 극한의 감정이입하기' 단계가 엉성하게 마무리되었다. '공감하려고 애를 쓰게 되지만 끝내 공감에 실패하게 되는', 전형적인 용두사미 형식의 영화. "여기 오니까 이상한 게 참 많습니다. 왜 가위로 고기를 자릅니까?" "왜나하면요, 편리하니까." 이 영화의 모든 부분들이 초보 각본가들이 '살인'을 소재로 글을 쓴다면 나올 법한 식상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복수심', '세상에 대한 분노' 같은 인물의 내면은 꽤 구체화가 잘 되어있는 편이지만, '살해 방식', '형사들', '인물 관계도' 같은 요소들은 짜임새가 엉성하기 짝이 없다. 살인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나태하게 그려져있고 또 어떤 과정은 '뭔가 있는 척하지만 도무지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의도가 다분'하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작위적인 연출에 진절머리가 나는 듯 하다. "사람이 죽으면 뭐가 남는 줄 아니? 아무것도 안 남아. 그냥 산 사람들 기억에만 남아있는 거야. 기억 밖에는 아무것도 없어. 근데, 여섯 살밖에 안 산 애를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니. 얼마 없어. 하지만 적어도 넌 기억해야 되잖아." [이 영화의 명장면] 1, 택시기사 숨막히는 카메라 무빙.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긴장감'이 온몸을 뒤덮었고 순정이 말투를 어린아이처럼 구사할 때는 '장르가 호러도 아니면서 괜히 오싹'하기도 했다. 막상 전기충격을 가해 쓰러뜨리는 것과 살해방식 역시 '별것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그녀가 '살인을 감정적으로 저지른 듯한 느낌'을 받아서 인상깊었던 장면이다. "한 여섯 살 먹은 어린애가 택시 태워 달라고 하면 태워 주시나요?" "그럼. 애는 사람 아닌가?" "근데 애가 택시비가 모자라면요? 애가 택시비가 한 이천 원. 딱 이천 원 모자라거든요. 그래도 집에까지 데려다주시나요? 아이가요. 아저씨, 저 차비가 모자라는데요. 그래도 집에까지 데려다주시면 안 돼요? 2. 엔딩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모든 것이 이 장면을 위해 도움닫이가 되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장면 자체가 굉장히 드라마틱하다. 성경에서 발견한 면도칼, 그렇게까지 찾아 헤매던 살인범, 오히려 살인범 앞에서 마주하는 고요한 분노, 끝내 분수처럼 터지는 핏방울, 사람이 죽어나가는 끔찍한 광경이지만 관객들이 느끼는 묘한 카타르시스, 이제서야 용서를 구한 듯한 엄마의 표정. 그녀는 얼마나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을까. 그녀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복수라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면서도, 그럼에도 관둘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잘하네요, 환자 노릇. 나 기억 안 나? 모르겠어? 내 딸 죽여놓고 여기 숨어 있으면 못 찾을 줄 알았지." "오늘은 제 생일이에요. 내 생일인데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요. 여긴 너무 외로운 곳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