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등튀김

매드 유니콘
제 21대 대선일이었던 지난 6월 3일, 쿠팡이 처음으로 배송을 멈췄다. 덕분에 택배노동자의 참정권이 보장 됐는데, ‘연중무휴 로켓 배송’이 서비스의 근간이었던 쿠팡의 이런 결정이 얼마나 이례적인 일인가를 대선일 전후 수상할 정도로 반복 보도 되는 뉴스를 보면서야 깨달았다. 쿠팡은 2024년 기준으로 국내 택배 시장 점유율이 37.6%에 달할만큼 온라인 쇼핑 업계에서 성장했지만, 그러는동안 전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 ‘기다림의 감각’을 망가뜨렸다. 시스템은 우리가 기다릴 힘이 차오를 만큼 기다려주지 않는다. 오늘은 무신사가 ‘무배당발’(‘무신사는 무료배송 당일발송’의 줄임말) 서비스를 개시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비단 한국만의 일일까. 태국 택배회사들의 시장 점유율 싸움을 그린 <매드 유니콘>은 이처럼 시간에 대한 감각이 (자타의적으로) 훼손된 이들을 통해 완성되는 드라마다. 고향을 떠나 도시의 모래 채굴장에서 근근히 벌이를 하던 젊은 청년 ‘산티’는 본가의 엄마에게 선물을 부치려다 택배 기본 요금이 자신의 수중에 있는 돈보다 더 비싸다는 것에 절망한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그는 어느 대기업 CEO의 강연에 갔다가 감화되어, 자신의 일터로 돌아와 거드름을 피우는 갑에게 이전보다 훨씬 비싼 값에 모래를 납품해 이윤을 남기는 경험을 한다. 이제부터 그는 모래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지금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부칠 자유를 가질 것. 그리고 고객의 돈을 아끼게 해서 내가 아주 많은 돈을 벌 것. 젊은 산티의 야심을 알아 본 그 때 그 강연장의 CEO는 다시 만난 산티에게 고액의 “(사업 아이디어) 캐물음 비용”을 지불하고 그를 고용한다. 알고보니 그건 취업 사기 비슷한 거였고 산티는 택배 회사의 혁신을 이루어 낼 자기 회사 ‘썬더 익스프레스’를 차리게 된다. 시원시원한 전개와 감각적인 연출 때문에 7부작이 짧게 느껴질 지경이다. 다만, 1화에서 산티가 취업 사기를 당하기 전에 온갖 더러운 꼴을 보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1화는 매우 비위생적이다. 그래도 견디고 볼 만한 가치가 있다. 가진 건 젊음 뿐인 산티가 믿을만한 동업자들을 만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일은 잘하지만 매사 모든 일에 화가 나 있는(MAD) 천재 개발자, 남에게 빚지는 건 정신 나간(MAD) 일이라 여기면서도 예산 관리에 능한 재무 전문가, 그리고 산티는 함께 어디까지 해낼 것인가? 아무도 살지 않는 폐가로 수천개의 택배가 접수되어 서비스가 마비 되었을 때, 그것이 경쟁사가 어그로를 끌기 위해 수작을 부린 것임을 알아챈 산티는 그 택배 상자들을 산처럼 높이 쌓아 기름을 끼얹고 불태워버린다. 그 장면은 썬더 익스프레스 전직원이 즐기는 한 여름밤의 파티처럼 극적으로 연출된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어그로가 아니라,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택배가 내일 이 시간이면 바로 그 자리에 또 무시무시하게 쌓일 것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