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BJ

10년
평균 3.1
'10년'은 10년 뒤 일본이 어떻게 생겼을지를 상상해보며 각자 이야기를 풀어보는 5편짜리 옴니버스 영화다. 대만, 홍콩 등 여러 나라들이 참여한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먼저 개봉하게 된 일본의 버전은 상당히 오싹하게 다가오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일본과 우리나라와 상당히 비슷한 사회적 고민들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기 때문이다. 10년 후의 근미래를 다루기 때문에 아직은 없는 기술이나 아이디어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블랙 미러'가 많이 떠올랐다. 하지만 '블랙 미러'의 많은 에피소드들은 확실히 공상과학의 영역으로 깊숙히 들어가는 경향이 있는 반면, 이 영화의 이야기들은 훨씬 가깝고 체감되는 듯한 이슈들을 다룬다. 게다가 연출 방식도 일본 특유의 담담하고 담백한 인물 드라마 형식을 띄고 있어서, 비록 스토리는 장르물에 가까워도 스토리텔링은 정통 드라마로 전개되다 보니 더 직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다루는 이슈들도 고령화, 감시 사회, 데이터와 사생활, 원자력, 국가주의와 징병제들이라는 점에서 한국인으로서는 피부에 확 와닿는 이야기들이기도 했다. 이 이야기들이 이야기하는 점들은 일본 뿐만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한국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보통 옴니버스 영화들은 아무래도 각 이야기마다 퀄리티 차이가 생기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놀라울 정도로 편차 없이 고루고루 다 좋았다. 주인공들의 연령대와 직업과 상황들도 모두 상이하고, 중심 소재들도 모두 다르다는 점에서 이야기마다 확실한 개성들이 있었고, 각자의 톤들도 묘하게 달랐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첫번째 이야기를 볼 때에는 기분이 싸늘해지기도 하며 정말 깊은 고민거리를 주면서도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느껴져서 무섭기까지 했다. 두번째 이야기는 'PSYCHO-PASS'를 연상케했지만, 이를 아이들의 순수함을 중심으로 풀어낸 귀여운 느낌이 있어서 좋았다. 세번째 이야기는 아마 이 중에서 가장 따뜻한 영화일 것 같기도 한데, 모녀, 그리고 부녀의 관계를 담백하고 친근하게 잘 담아낸 맛이 있었다. 네번째는 가장 SF적인 느낌이 있으며 다채로운 연출 시도들이 돋보였고, 어찌보면 다소 뻔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원자력과 악연이 제일 깊은 나라인 일본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마지막 이야기는 한국과 가장 연관된 소재를 다루긴 하지만, 국가주의라는 관점에서 전개하는 만큼 맥락이 좀 다르긴 하다. 한편으로는 현재에도 상당히 큰 이슈거리인 징병제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점을 조금이나마 보여줬다는 점에서 나름 흥미롭게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