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묘한와사비
7 years ago

아홉번째 파도
평균 3.5
<아홉번째 파도>라는 러시아 화가의 작품이 있다. 폭풍우가 지나간 후 아직 다소 거친 파도가 희게 부서지며 난파선에 매달린 사람들을 향해 밀려온다. 절망스러운 상황과는 별개로, 타는 듯한 노을빛 아래로 초록 바다가 여름 단풍처럼 맑게 빛나는 아름다운 그림이다. 배 잔해를 필사적으로 붙든 사람들은 앞서 여덟 번의 파도를 겪으 며 겨우 살아남았을 것이다. 누군가는 지나간 파도에 이미 휩쓸려 그림에 등장하지 못했을 것이고... 앞으로 몇 번의 파도가 더 닥칠지 바다가 언제 얌전해질지는 알 수 없다. 작가님이 이 그림에서 모티브를 얻어 소설 제목을 계간연재 당시의 <척주>에서 <아홉번째 파도>로 바꾸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그림을 봤을 때 나는 난파선에 굳세게 매달린 사람들로부터 송인화와 척주 주민을 발견했다. 이제 그들의 삶은 책 표지의 눈덮인 풍경처럼 잠잠해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