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햅쌀
6 years ago

사람에 대한 예의
본인을 언론인으로도 직업인으로도 규정하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현실과 타협하며 자리를 지켜온 엘리트가 쓴 시류에 편승한 애매한 자기고백. 부럽다. 메이저 언론사에서 글짓고 밥해먹은 커리어가 있어서 이런 글로 책도 낼 수 있다는 게. 대체 프롤로그에서 뭣하러 그런 성찰적인 태도를 앞세웠는지? 조커가 흑화하는 과정을 누구에게 무슨 의도로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뭐 어쩌라는 건지? 인간이라는 작은 존재에 대한 통찰은 훌륭하다. 사람이란 대체로 보잘것없으며 누구나 악을 품고 있고 현실의 온갖 순간들에서 어떤 기준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하지만 쓰려고 했던 글까지 이렇게 낱낱이 한심할 필요가 있을까? 작중에서 언급했듯 한국의 사람들은 대체로 싸가지 없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애매한 스탠스가 된다고 말했던 것처럼 이 글도 마찬가지로 국가권력의 보잘것없음과 한 인간의 찌질함까지 다 싸잡아 짚으려다가 대체 뭔 말을 하고싶은건지 모를 글이 되고 말았다. 차라리 뻔뻔하게 원칙에 대해 쓰고 욕을 먹든지 아니면 처음부터 끝까지 성찰적이든지... 인간으로서 살아가면서 현실의 이 간극 속에서 뭘 선택해야 할 지 몰라 줄타기하는것도 피곤한데 굳이 글에서까지 이런 내용을 봐야하나? 후반부에 있는 작가로서 상상력을 발휘한 부분은 흥미롭긴 했으나 매끄럽진 않았다. 편집자는 뭐하고 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