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eongGeunPark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
평균 3.8
저자는 미국에서 한국전쟁이 ‘잊힌 전쟁’이 된 것을 비판하며 미국의 일반인 독자를 염두에 두고 한국전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글을 썼다. 특히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문학 작품과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북한에 대한 미국인의 편견과 무지를 해소할 필요성과 가해자의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더 나아가 남한의 최근 연구동향 및 국가에 의한 위원회 설립과 남아공의 사례 등을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전쟁의 기원을 일본이 만주국을 건설하고 침략주의와 군국주의를 한층 더 강화하던 때인 1932년에서 찾는다. 훗날 북한의 지도층이 될 사람들은 만주에서 총을 들었고, 남한의 지도층이 될 사람들은 일본 제국과 도시생활에 회유되었다. 김일성으로 대표되는 만주의 항일투사들은 일본의 무지막지한 탄압에 맞서며 수많은 가족과 동료들을 잃었고, 이 과정에서 그들 자신도 극단적 전술을 구사하게 되었다. 해방 후 남한에서 미국의 지원 하에 옛 친일파들이 정권을 잡고 일본과 경제적으로 연결될 것처럼 보이자, 북한의 옛 항일투사들은 오랜 투쟁을 종결한다는 생각으로 남한을 침공했다. 저자는 한국전쟁을 한 민족 사이에서 일어난 내전으로 여기며 이 전쟁에 개입해 더 큰 피해를 초래한 미국을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의 또 다른 설명처럼 반제국주의 투쟁과 식민지 해방운동의 연장선상에서 북한 지도부가 남한이 미국 또는 일본과 연결되는 것을 우려했다는 점, 그리고 중국혁명에 참가한 조선인 부대가 그것이 마저 끝나기 전에 북한에 배치되었다는 점과 소련이 북한의 개전 의도를 알고도 무기를 수출한 점에서 한국전쟁을 단순한 내전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미국은 중국의 장제스 정권을 일찌감치 포기한 반면에 비록 폭력적 수단을 통해서였지만 점점 안정화되고 있던 이승만 정권까지 포기할 수 없었다. 매카시즘의 광풍이라는 국내 상황도 한몫했다. 북한 지도부는 남한의 안정화에 조바심을 느꼈지만, 최용건의 경우 미국의 개입이 우려된다며 전쟁을 반대했고, 김일성도 미국의 개입을 우려해 단기간에 전쟁을 끝내려 한 점에서도 북한 지도부 또한 그 시기에 있어서 오판을 했을 뿐 국제 사회의 개입을 예상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한국전쟁은 내전이 되기 어려웠고, 미국의 개입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북한이 소련과 중국의 협조 하에서 전쟁을 일으킨 점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미국의 개입으로 인해 전쟁의 피해와 영향이 더욱 심화되고 장기화되었다는 주장에는 적극 동의한다. 저자는 폭격과 학살을 겪으며 북한에서 미국에 대한 쉽게 사라지지 않을 증오가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특히 비록 미국이 이 전쟁을 잊었음에도, 전쟁이 없을 때에도 상시 무장하고, 외국에 적극 개입하는 전쟁 국가가 된 것에 다른 어떤 전쟁보다 큰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미국 역시 이 전쟁의 피해자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한국전쟁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많은 한국인들에게 이 책은 다소 산만하고 얕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미국인들에게는 193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맥락 속에서 한국전쟁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대중서가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