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오세일

오세일

5 year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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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함의 무덤

영화 ・ 2015

평균 3.9

젠지는 자신이 과거에 다니던 학교가 병원으로 변해있는 것을 보고 자신의 과거를 되새기며 그리워한다. 그에 반해, 병원에서 잇이 군인 영혼의 과거를 보고 있다고 하자 군인의 어머니는 과거를 돌아보지 말고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태국 정부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과거의 고향에 존재하였던 후손들을 위해 싸웠던 조상들이 묻혀있는 무덤을 포크레인으로 사정없이 파내고 훼손시킨다. 이러한 연출로 더 이상 과거를 존중하고 그리워할 시간이 없어진 각박한 사회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과거를 훼손하는 태국의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한다. 이 비판은 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 오염된 또 다른 나라들에도 충분히 대입이 가능하다. 영화는 이런 사회에서도 과거를 존중하고 그리워하는 젠지에게 한 켠의 희망을 품고, 젠지의 시각으로 우리 모두 과거를 잊지 말자고 암시한다. 후반부의 정글을 무대로 왕실을 돌아나니는 씬은 스크린 너머로 손을 뻗어 과거를 어루만지는 가히 영화적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경지를 창조하는 작법으로도 보인다. 또한 지금까지의 아피찻퐁 영화에서는 태국의 정글이 매우 자주 등장했다. 이 작품에서도 역시 태국의 정글이 주 무대로 자리매김한다. 하지만 '열대병'이나 '엉클 분미'에서 보여줬던 어두운 분위기의 정글들과는 달리, 아름다운 햇빛이 내리쬐는 밝고 신비로운 정글을 비춘다. 태국의 정치적인 면을 비판하는 동시에, 태국의 아름다운 정글로 꾸며진 영상미와 아피찻퐁 감독만이 해낼 수 있는 현실과 영적 세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연출을 통한 신비로움까지 느낄 수 있는 내 생애 최고의 영화적 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