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어떻게든’이라는 표현은 ‘글쓰기’ 앞에 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보다는 ‘어떻게든 지각하지 않기’, ‘어떻게든 마감하기’와 같이 생계 유지에 밀접하게 관계가 있고 더 깊은 절절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가오는 해에는 글을 쓰는 연습을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결심을 했으면서도 저 표현이 뜯지 않은 입술 각질마냥 자꾸만 거슬렸다. 글쓰기가 어떻게 해서든 해야 할 일인가. 먹고 살기 위해서 하얀 화면에 글자를 한 자 한 자 박아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정도인 내가 그렇게나 공들여야 하는 일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글쓰기는 정말 너무 어려우니까. 글쓰기에 대한 팁을 주는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데에도 며칠이 걸릴 정도로 글을 쓰기로 마음먹기가 어렵고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은 어렵다. 정말 어떻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행위가 글쓰기가 맞는 것 같다고, 조금은 작가의 표현에 동의를 하게 된다. 작가는 글쓰기에 대한 거창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우리가 학창 시절 국어 시간에 배웠을 법한 이론보다는 실용적이고 실천 위주의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sf소설을 쓰는 작가의 특성상 픽션 쓰는 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치 선배에게서 족보를 받거나 유튜브에서 유용한 게임 공략법을 전수받는 느낌이다. 직진을 하다가 나무 세 그루가 모여있는 곳이 나오면 거기에서 오른쪽으로 세 칸을 간 후 땅을 파보라는 식의 자잘해 보이기도 하지만 알고 있으면 과정이 훨씬 쉽고 즐거워지는 깨알 같은 조언이다. 예를 들면, 꼭 글을 처음 부분부터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내가 쓰고 싶은, 가장 재미있는 부분부터 쓰라는 점. 글을 쓸 때 언제나 뒷심이랄까, 글을 끝까지 이어나갈 인내력과 집중력이 부족한 내게 이건 아주 중요한 조언이다. 여행을 다녀와서 기행문을 쓰는데 정작 재미있었던 에펠탑 앞에는 가지도 못하고 기내식 먹는 이야기만 하다가 끝내는 느낌을 나는 아주 자주 겪어봤다. 또 망한 영화나 정말 재미없게 본 영화를 보고 어떻게 하면 그 영화가 재미있을 수 있었을까에 대해 고민을 하고 써본다거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다가 정말 싫은 표현이 있으면 따로 메모를 해뒀다가 글을 쓸 때 그 표현은 절대로 사용하지 않으려고 해본다든가 내가 평소에 관심있는 다른 분야와 연결을 지을 수 있고 조금만 부지런해지면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았다. 글을 잘 쓰면 내가 하는 일에 도움이 되고 일의 분야를 확장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연습을 하기로 결심했고, 혼자서는 잘 해낼 자신이 없어 글 쓰는 모임에도 가입을 하고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친구들과 글을 써서 돌려보자고 약속도 했다. 그러한 여러 시도를 시작하기 전에 읽기에 아주 적합한 책이었다. 한 줄 한 줄 꼼꼼히 읽지는 않았지만,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펼쳐보고 도움을 받고 마음을 다지기에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시작으로 내가 좀 더 글과 가깝게 지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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