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콩까기의 종이씹기

고질라 마이너스 원
평균 3.0
당신의 전쟁도 끝나길 바라는, 따뜻한 괴수 영화. +) 개인적으로 2023년 개봉작 중 가장 기대하는 영화였는데 그 기대치에 부응한 몹시 훌륭한 영화였다. <고질라 마이너스 원>은 1954년에 개봉한 원작 이후 가장 훌륭한 고질라 영화이며, <신 고질라>의 뒤를 이어 해당 프랜차이즈의 수명을 연장시킨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심지어 완전히 내수용에 가까웠던 <신 고질라>와는 달리 개인의 트라우마 극복이라는 감정이입이 가능한 주제를 내세워 보편성까지 확보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시리즈의 발전하는 태도가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더불어 <고질라 마이너스 원>을 보고 가장 놀랐던 점은 확실히 시대가 지나면서 전쟁에 접근하는 태도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항상 2차 세계 대전을 다루는 일본 영화는 자국민의 고통과 정부에 대한 비판만 다룰 뿐, 타국에 대한 시선은 완전히 배제되어 있었다. 심지어 일본의 거장이라 불리는 감독들조차 이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고질라 마이너스 원>은 발전하려는 태도에 걸맞은 확장된 시각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는 개인의 생명을 경시하는 자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시키시마(주인공)에게 왜 그때 죽지 않았냐며 해당 인물에게 원색적인 비난과 증오를 드러낸다. 그런데 그러던 인물들이 이후에는 정반대의 태도를 고수한다. '살아라', 이 한 마디를 통해 자신이 과거에 가지고 있었던 태도를 간접적으로 반성하며 개인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러한 인물의 태도의 변화를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다. <고질라 마이너스 원>은 그때 당시 생명을 가볍게 여기며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역사에 대한 비판의식이 담겨 있다. 이는 자국뿐만 아니라 그러한 태도를 가지고 타국에 침략하여 무분별한 학살을 일삼았던 과거에 대한 대한 반성으로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고질라 마이너스 원>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와 함께 보고 나서 불쾌하지 않았던 일본의 2차 세계 대전 영화였다. - 물론 이는 영화가 너무 재밌어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해석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퇴역한 해군들을 평범한 사람들로 묘사하거나 "나도 쓸모 있다는 걸 증명하겠어!"와 같은 대사들은 그러한 태도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2차 세계 대전 영화들이 가진 한계처럼 보이기도 했다. - 연기는 나는 괜찮았다. 이런 류의 연기를 많이 봐서 학습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보면서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 액션 장면들은 가히 시리즈 최고다. 특히 해양에서 벌어지는 고질라와의 추격전은 보면서 손에 땀을 쥐게 만들 정도의 긴장감을 제공한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는 인물들의 처절함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장면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심심할 때마다 찾아볼 정도. - 속편은 안 나왔으면 좋겠다. 지금 이대로가 딱 좋다. 괜히 괴수 배틀물로 가면서 해당 영화의 성취를 무너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