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영화 시작 부분에서 내 눈을 완전히 사로 잡은 것은 인종과 젠더의 구성이었다. 전문직을 다루는 영화에 전문직으로 등장한 동양여성. 이는 이 영화가 나름 세심하게 캐스팅을 했는지 알 수 있었고 페미니즘적인 관점에서 제작/기획된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스"슬로운 이라고 성차별적인 단어를 집어넣은 것도 실수가 아니라 일부러 못 박은 것이라는 점도 함께. 각본가부터 감독 제작자까지 모두 "백인 남자"인 지점도 내게는 무척 흥미로운 지점.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고 있기에. 슬로운 같은 나에겐 없는 "영민함, 자신이 정한 직업윤리에 대한 충실성, 반드시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 지지않으려는 투지와 승리욕 등" 이 모든 것을 갖춘 여성 캐릭터를 보고 있노라면 자꾸 마음이 가게 돼서 온 마음으로 응원하며 그녀가 마지막에도 모든이를 짓밟고서라도 웃으며 끝나기를 간절히 소망하게 되는데 이런 나의 소망은 반드시 깨지리라는 걸 깨달은 후에는 약간은 지친 마음을 부여잡고 슬로운의 어떤 표정으로 종국을 맞이할지 생각하며 보게된다. 슈미트가 "에스미가 아니라 너를 수단으로 삼았다면 아무말도 하지 않았을거야." 라고 화내는 순간 아, 그녀의 결말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화려하지도 초라하지도 않겠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 에스미는 그녀에게 선을 무시하는 사람이라고 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슬로운은 로비스트로서의 직업윤리를 아는 사람이었고, 자신이 결정한 그 윤리에 충실한 사람이었고, 마지막까지 그녀가 생각하는 로비스트로서 가장 최선의 사람이었다. 그녀의 기준이 법과는 상관이 없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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