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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찬
star4.5
어느새 지나가버린 어린 시절을 지나 다시 본 <토이 스토리>에선 버즈가 보였다. 자신을 둘러싼 우주가 허구였다는 걸, 자긴 그저 대량 생산된 장난감 중 하나였다는 걸 깨달은 버즈는 나였다. 내가 뭔가 대단한 존재인 것만 같은, 우주의 중심이 나인 것만 같은 시절이 내게도 있었을 테니. 나의 성장은 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나는 단지 시스템 속에서 똑같이 만들어진 복제품 같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놀라웠던 건 버즈의 태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개를 펴고 힘차게 뛰어내리는 버즈는 "이건 나는 게 아니라 멋있게 추락하는 거야"라며 당차게 새로운 현실을 살아간다. 비행의 운명은 추락이다. 삶의 운명은 죽음이다. 그럼에도 이 삶이 멋진 추락이라는 버즈의 말은 하루하루 멋지게 죽어가겠다는 다짐과 같다. 더 이상 은하 본부가 존재하지 않아도, 악의 황제를 쓰러뜨려야 한다는 존재 목적이 소멸되었어도, 버즈는 다시 살아가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버즈에게 삶의 목적을 준 건 바로 발바닥에 앤디가 남긴 이름이었다. 잊히길 두려워하고 사랑과 관심만으로 살아가는 장난감들은 나를 사랑해주는 그에게 언제까지나 즐거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곧 그들에게 삶의 본질은 나눔이다. 사랑을 주는 이에게 다시 사랑을 주는 것. 태엽을 감아주는 이에게 영원히 말을 전하는 것. 버즈는 앤디를 위해 멋지게 추락한다. 앤디가 자길 보며 다시 웃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랑을 받는 것만이 아닌 받은 사랑을 다시 줌으로써 살아가는 마음이라니. 이건 사랑의 어떤 본질과도 통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사랑하는 이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감정은 그 자체가 벌써 사랑이다. 버즈는 영웅으로 살아가는 나르시스트에서 사랑을 배운,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로맨시스트가 됐다. 버즈는 멋지게 추락할 때조차 우디와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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