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훈남

늑대소년
평균 3.5
2018년 05월 18일에 봄
아직까지 늑대소년이 눈밭에서 눈사람을 만드는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잊히지 않는다. 시간이 얼마나 흐르건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려준다는 그 먹먹함이 너무나도 깊이 와닿았던 영화고 아름다운 배경과 둘 사이의 간절한 사랑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이 영화는 남녀간의 뜨거운 러브 스토리보다는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준 유일한 존재인 이 '늑대소년'을 향한 '정'이 담겨 있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애완동물처럼 다가오다가 서서히 그 앞에서 외모도 신경쓰게 되는 '멜로'적인 부분이 다소 첨가되긴 했지만 그런 부분들이 남녀간의 사랑을 가리키고 있진 않다. 몇 번이고 다시 되새김질 해봐도 남는 건 만나지 못하는 서로에 대한 거리감과 그 과정에서 생기는 먹먹함... 너무 먹먹하다 진짜로. [이 영화의 명장면 🎥] 1. 철수 교육시키기 (안철수 아님) 시골의 한적한 분위기, 아름다운 배경, 화사한 필터, 박보영의 귀여운 이미지, 송중기의 순진무구 늑대소년 컨셉... 이게 도대체 몇 박자가 고루 갖춰진 건지 모르겠다. 그 중에서도 송중기의 연기가 단연 으뜸이다. 분명히 감독은 송중기에게 최대한 개걸스럽게 먹으라고 요구했을 텐데, 개걸스러움을 넘어서 어떻게 저렇게 먹을 수 있는지 감탄밖에 안 나온다. 처음에는 관심이 요만큼도 없다가, 서서히 마음을 여는 박보영의 소녀 연기도 너무 좋았다. 2. 나의 왕자님 이 노래는 5년이 넘게 들었는데도 전혀 질리지 않는다. 박보영은 그냥 무덤덤하게 가사를 읽을 뿐인데 왜 이렇게 먹먹할까. 기타 튕길 때 나는 소리도 어딘가 어설프다. 그런데 이마저도 좋다... 단순히 박보영이 불러서가 아니라 이 영화의 분위기와 이 노래의 선율이 말도 안 되게 잘 어울린다. 그리고 노래 부르고 있는 박보영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는 송중기의 아련한 표정... 항상 웃음을 잃고 살았던 순이를 구해준 진짜 왕자님은 바로 늑대소년이다. 3. 볼에 생긴 상처 가슴이 너무나도 아팠던 장면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기 위해 억지로 돌을 던지고,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한 채 더럽다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지껄일 때의 억울함, 더 이상 그를 보지 못한다는 슬픔... 늑대소년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항상 머리를 쓰다듬어줬던 그녀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자신에게서 점점 멀어진다. "가지 마..." 정말이지 그의 입에서 나지막이 이 말이 터져 나왔을 땐 숨도 제대로 못 쉴 지경이었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얼마나 사랑했으면... 그녀만 바라볼 줄 알았던 해바라기 늑대소년. 기다리다 보면 시간이 느리게 갈 때가 있다. 그러나 늑대소년은 창밖을 보며 그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금방이라도 나타나선 기다리라며 감자를 건네줄 것만 같은데 이상하게도 시간은 너무나도 많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