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일

수풀 속의 검은 고양이
평균 3.7
마치 이마무라 쇼헤이를 생각나게 하는 영화의 오프닝. 인간의 성적 욕망이 지저분하게 드러나는 순간과 그 정서를 더욱 잔인하게 몰고 가는 벌레의 울음소리 그리고 비정한 태도의 숏까지. 그리고 미조구치 겐지의 <우게츠 이야기>가 떠오르는 이후의 흐름들. 사무라이라는 허울에 대한 남성의 집착과 귀신이 되어 구천을 떠도는 두 여인의 이야기가 특히 그러했다. 사무라이들의 무력에 처참하게 빼앗겨버린 목숨과 인간성. 그렇기에 귀신과 계약을 맺고 요괴의 능력을 얻게 되어 사무라이들에게 복수를 하러 다닌다는 스토리텔링은 통속적이지만, 전위적인 이미지들의 향연은 그러한 이야기의 허다함을 탁월하게 메꾸어준다. 두 요괴의 정체가 각각 본인의 아내와 어머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사무라이라는 명예를 놓지 못하는 그에게서는, 당대 남성들의 출세에 대한 집착과 사무라이라는 신분에 대한 모순을 볼 수 있다. 적군의 목을 따왔다며 상사에게 보고를 하는 그. 그는 그 자리에서 신분의 상승을 보장받지만, 동시에 여인들에게 둘러싸여 비웃음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클로즈업으로 적나라하게 포착 당하는 그의 육체. 전혀 관리를 하지 않아 더럽혀지고 망가진 그의 몸을 보고, 여인들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 마치 그가 명예를 얻고 깨끗한 몸을 지니게 될지라도, 결코 내면만큼은 농부 시절의 외관처럼 영원히 더러울 운명이라는 것을 말하는 듯이. 사랑을 선택한 아내와는 다르게 명예를 선택한 그의 어리석음은 가부장제의 사회가 몰고 온 비극이었을까. 영화는 결코 여성을 남성의 전유물로 남겨두지 않는다. 아내는 그렇게 세상을 뜨고 말았지만, 그의 어머니는 끝까지 그의 곁에 남아 복수를 도모한다. 보란 듯이 다른 사무라이들의 피를 빨아먹고, 끝내 타락한 아들의 영혼마저 빼앗는다. 상당히 진보적인 성취를 상징하는 캐릭터들의 방향. 무엇보다 전래 형식의 괴담을 그에 맞는 미장센으로 풀어낸 세트 미술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한 공간감과 초현실적인 이미지들도 좋았지만, 기괴한 정서를 탁월하게 담아낸 피사체들의 움직임과 촬영의 백미가 가장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