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악'과는 거리가 멀어보여 '선'만을 외치던 너인 줄로만 알았는데 어느샌가 점점 음지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너. 그런 너에게 실망하는 것도 잠시, 내가 한없이 흘렸던 눈물과 땀이 나를 배반하는 순간, 난 결국 너랑 다르지 않았던 악마였다. 대부분이 그렇게 자신이 악마라는 사실을 모른 채 선한 미소를 띠며 살아간다. 1. 과시를 향하던 폭력이 책임을 따르기 시작할 때 과거엔 힘의 무게 따윈 상관하지 않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이 힘만 있다면 자신보다 약한 모두를 고개 숙이게 만들 수 있고 적어도 사회의 축소판인 이 학교에선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기도 하니까. 비록 학생이라는 신분일 때만 이 힘이 유지되지만 그것만으로도 일단 만족스럽다. 내가 가진 건 이 힘밖엔 없으니까. 20년이 넘게 흐른 현재에 나는 과거의 나와는 사뭇 다르다. 그렇게 열망했던 힘의 존재를 숨기고 모른 체하며 몇 년을 살아왔다. 외려 이젠 내가 고개를 숙이고 때로는 심하게 비굴하며 스스로를 인내했다.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책임져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니까. 무턱대고 힘을 휘둘렀다간 잃을 게 너무나도 많으니까.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걱정되는 이 시기, 가끔은 마음껏 날뛰었던 그 때 그 시절이 그립다. 2. 미성숙함의 범위 겨우 나이 따위가 사람의 성숙함을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 자체는 웃기지만 인간을 다스려야 하는 하나의 규칙이기에 쉽사리 무너뜨릴 수 없다. 힘을 과시하고 싶은 욕구는 일종의 본능이기 때문에 나이가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도 강자와 그에 의한 따돌림은 어디서든 존재한다. 단지 그들을 어리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시키고 죄의 무기를 덜기엔 요즘의 저들은 무척이나 사악하고 잔인하다. 도무지 풀려고 해도 단단히 묶여 있어 풀기조차 겁이 나는 사나운 매듭. [이 영화의 명장면 🎥] 1. 비뚤어지기 시작하다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 피땀 흘리며 열심히 노력했던 임덕규(황정민) 앞에서 고개를 돌리는 파렴치한 사회. 여태껏 흘린 눈물의 양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기에 그에게 다시는 '한 번 더'란 없다. 오직 사회를 향한 불만과 분노만이 남을 수밖에. 그 감정은 이내 날카로운 칼날로 변질되어 순식간에 순했던 마음을 '악'으로 집어삼키고 눈에 뵈는 것 없이 폭력으로 승부하고 더욱 더 커지는 폭력 앞에 무릎을 꿇지 않고 오히려 거세게 대항한다. 2. 피 한 모금 폭력의 대가로 경찰들에게 잡혀간 그들의 눈빛에서는 아직도 독기가 빠지지 않았다. 과연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사회를 향한 비행으로서의 반항일까 아니면 폭력으로 마저 해소되지 못했다는 갈증에 답답해하는 것일까. 고난으로부터 구제해준답시고 칼을 뻗는 악마의 손에 홀라당 넘어가버린 친구. 그리고 지옥의 구렁텅이 앞에서 대학이나 가자며 도망치는 또 다른 친구. 중간에서 어정쩡하게 선과 악의 경계를 드나들던 자신. 모두가 결국은 감정을 따르는 인간일 뿐. 자신이 가진 힘을 과시하기 전에는, 힘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해. 이 당연한 이치를 모르고 살아가는 안타까운 인간들에게.
좋아요 72댓글 0


    • 데이터 출처
    • 서비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처리방침
    • 회사 안내
    • © 2024 by WATCHA,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