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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준비하는 정신과 상담 의사이자 아내 요시코와 함께 노부부로서 생의 마지막을 담담히 걸어가는 야마모토의 생을 한 카메라 안에 담습니다. 정신 상담을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천천히 곁에서 들어 주는 의사의 모습을 찍은 것과 어느 기점을 지나면서 카메라의 눈을 의사 본인으로 돌리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앞뒤로 붙이면서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합니다. 왜 12년 전에 다큐멘터리로 이미 다뤘던 인물을 다시 한번 얘기하는가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생각하면, 야마모토 부부의 사연을 다큐로 담을 땐 절대적으로 긴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12년이란 숫자 덕에 <보이후드>가 자연스럽게 겹치기도 하는데, <보이후드>가 시간의 경과를 어떻게 그릴 것인가에 대한 영화라면 <정신: 제로>는 흐른 시간을 가리고 대신 영화에 잘 녹여 다룬다는 점에서 좋은 두 영화를 비교하며 보는 흥미로움이 있습니다. 상담 받는 사람들이 의사의 은퇴 후를 말한다든지, 흑백 처리로 과거를 상기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걸 보면 가려진 시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도 마음에 드는 점이 있었습니다. <피스>를 보고 나서인지 고양이를 찍은 장면이 조금 더 뜻깊게 들어오기도 한데, 굳이 뭔가 상징을 투영한다기보단 나른하고 귀엽기도 하면서 마치 소다 카즈히로의 인장처럼 보이기도 하는 재밌는 관람 포인트가 있기도 했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선 카메라를 찍는 사람은 철저히 배제되기도 하는데, 굳이 여러 장면을 편집하지 않고 그냥 붙인 걸 보면 그 공간 안에서 생생히 있다는 걸 배제하지 않는 모습도 역시 인상적이였습니다. 지금까지 본 소다 카즈히로의 세 편은 모두 볼 때보다 보고 나서가 더 좋아지는 면이 있는데, 지금까지의 생각으로는 삶의 한 단면을 그대로 그리면서도 곱씹게 되는 지점이 정말 많은 영화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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