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anuyk

anuyk

5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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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궁

시리즈 ・ 2019

평균 4.0

이승은의 사랑은 극도의 결핍이 만들어낸 병든 이면이었고 곡소풍의 사랑은 '부모를 죽인 이승은'을 용서했으면서 '이승은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자신'을 용서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병든 사랑은 지켜보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이승은이 철달이왕을 그리 쉽게 죽일 수 있었던게 본인은 탄생부터 가족이 적이었고 먹이였고 반역이었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가 가족에 두는 의미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망천수는 마음이 너무 아파서 내가 마시고싶다. 소풍이 가족을 잃고 느꼈을 추락을 이승은은 소풍의 죽음으로 처음 느꼈겠지. 반대로 소풍은 자신이 이승은의 남은 생에 남길 구원 없는 절망을 알았을테고. 소풍이 이승은에게 복수를 한게 아니었기 때문에 더 아픔이 사무친다. 소풍의 숨이 멎었을 때 흘렀던 初见이 이족어라는 것을 알았다. -- 역사관이 무례하고 허접하기로도 이름난 드라마라 자국 소수민족의 묘사는 어떻게 했을지 모르겠지만 -- 이족이 중국 남서부 티베트계 민족이니 드라마상 소풍의 나라 서주가 이족국가였다는 설정인듯 하다. 소풍은 이승은과의 관계를 떠나서 자신의 언어와 생활과 기쁨과 책임이 있는 존재였다. 자신이 한 가지를 선택할 때 사랑하는 다른 한가지가 파멸하는 가혹한 위치에서 고통받던 소풍이 흰 옷을 입고 나와 붉은 피를 뿌리며 온전한 자신으로 죽기를 선택했고 初见의 이족어는 소풍이 자유를 찾았음 또한 의미하는 것 같다. 소풍의 삶은 가련하고 기구했지만 완전히 해방되었다. 조슬슬이 조금 더 영리하고 입체적인 캐릭터였으면 하는 아쉬움도 크다. 극적으로도 더 흥미로웠을테고 마지막 조슬슬의 대사 중 "곡소풍이 아니라 자신의 사랑에 졌다"는 부분이 더 절절하게 다가왔을텐데 조슬슬을 너무나도 하찮게 그려놔서 슬슬이가 너무 빨리 불쌍해보이는 부작용이 있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는 구김 없는 소풍에게 지옥같은 절망과 끝낼 수 없는 증오를 남겼으니 후반에 기억을 먼저 되찾은 소풍이 아무것도 모르는 이승은에에 미약하나마 증오와 절망을 남기는 모습이 대조되어 좋은 설정이라 생각했다. 아예 이승은의 기억이 소풍이 죽는 순간 돌아왔다면 더 슬펐을 것 같은데 그러면 그야말로 망천수도 없는 시청자들의 현생이 불쌍하니 완급조절을 잘 한 것 같기도 하다. 이승은이 소풍을 처음 만났을 때 옷과 소풍의 마지막 옷의 유사성도 재밌는 요소다. 곡소풍에게 '이승은이 자신의 부모를 죽이고 부족을 멸망시켰다. 그런데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 와 '고소오를 사랑했는데 그 사랑때문에 자신의 부모가 죽고 부족이 섬멸당했으며 고소오는 이승은이 곡소풍을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낸 허상이었다. 그런데 기억을 잃은 후 고소오가 아니라 이승은마저 사랑하게 되었다' 는 무게가 다른 이야기다. 그래서 말하자면 고소오 구간과 이승은 구간에 대한 명쾌한 분리와 명칭 부여가 안되어 의아했다. 곡소풍은 고소오와 이승은을 모두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인데 계속 고소오만 사랑했다고 주장하니 뭐 소풍이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