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첼로비올라케

하트스토퍼 시즌 2
평균 3.9
2023년 08월 05일에 봄
나는 하트스토퍼가 좋다. 두 주인공 사이의 관계를 낭만적으로 잘 그려내서가 아니다. 두 주인공 말고 내가 특별히 더 좋아하는 커플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드라마에 애정이 가는 이유는, 사랑의 형태를 하나의 틀 안에 가두는 대신 ‘사랑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대담하게 말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탁월하다. 두 주인공의 관계에만 집중해 다른 커플들을 배제하려 들지 않는다. 여려 커플들의 모습을 병렬적으로 배치해, ‘이런 사랑도 있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정체성에 대한 자각보다는 성애가 먼저 오는 사랑도 있고(닉&찰리), 현실적인 이유들로 연인이 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랑도 있으며(엘&타오), 애써 괜찮은 척하지만 그 때문에 감출 것들이 많아져 삐거덕대는 사랑도 있고(타라&달시), 늦게 찾아오는 사랑(네이선&유세프), 그리고 사랑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사랑도 있다(아이작&제임스). 이 드라마는 이런 다양한 사랑의 형태들을, 그리고 정체성과 지향성, 개인적인 서사들도 다른 모든 인물들을 따뜻하게 품어 준다. 사랑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답까지 포용하지는 않는다. 쌍방의 동의가 없거나, 착취적이고 이기적인 사랑에 대해서는 ‘이건 사랑이 아니야’ 하며 명확하게 선을 긋는다(벤). 사랑은 외부적인 위계에서 벗어나 두 사람이 동등한 위치에서 하는 동의가 필요조건이라는, 아주 당연하고도 어려운 사실을 강력히 주장한다. 이 드라마에 더욱 애정이 가게 만드는 점은 아무리 조연이더라도 인물들을 소모적으로 이용하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이 드라마는 모든 등장인물에게 아주 개성적이고 특별한 사랑 외적 서사들을 동등한 위치에서 부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를 보다 보면 등장인물 누구 하나가 소외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연출적으로도, 서사적으로도 말이다. 소외되는 인물이 있다면, 주변인이 다가와 따뜻한 애정의 손길을 내밀어 기꺼이 친구가 되어 준다. 그리고 다른 등장인물들의 서사에 깊이 공감해 주며, 적정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친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 특별한 서사가 등장하지 않은 인물을 꼽으라면 타라나 제임스, 그리고 사하르 정도일 텐데, 시즌 3에서는 이들의 세계로 드라마가 확장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출적으로 부족한 면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잘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이 건강한 사랑의 힘을 믿는다면, 관계 속에서 사람이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는다면, 그것만으로 당신이 하트스토퍼를 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Love has no labels(사랑에는 꼬리표가 없다). lovehasnolabel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