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김재민

김재민

4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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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소녀☆가극 레뷰 스타라이트

영화 ・ 2021

평균 4.2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갈 우리에게의 엄혹하면서도 곧고 힘찬 응원 ㅡ <소녀 가극 레뷰 스타라이트> TV판은 연출 기법이나 소재에서 <소녀혁명 우테나>를 포함한 이쿠하라 쿠니히코 작품들의 오마주와 재해석적인 면이 두드러졌다. 그래서 나는 그때 '이쿠하라 쿠니히코의 정통 후계자의 탄생'이라고 평했다. 이번 극장판에서 그런 요소가 절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아예 새로운 단계의 '무언가'를 잔뜩 들이부어버렸기에 더이상은 이쿠하라 쿠니히코의 연장선 위에 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극장판 소녀 가극 레뷰 스타라이트>는 TV판은 물론 역대 이쿠하라 쿠니히코의 작품마저 넘어선 비주얼적 연출적 난해함을 뽐낸다. 이쿠하라 쿠니히코는 독특하면서도 폭 넓은 연출을 사용하지만, 애니메이션으로서 어떤 경계를 벗어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작품의 연출은 선을 훌쩍 뛰어 넘어 폭주한다고 느낄 정도로 과격하고 파괴적이었고, 때문에 예측 불가능한 즐거움을 선물해주었다. TV판에서도 '캐릭터'가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그 장점을 극장판에서도 이어나간다. TV판에서는 짧은 분량 안에 9명이라는 많은 캐릭터를 훌륭하게 다뤄냈다는 '캐릭터의 활용' 면에서 감탄을 자아냈다면, 이번 극장판에서는 그 캐릭터들에게 더욱 깊이를 더해주었다. 솔직하게, 근래의 많은 애니메이션에서 흔하게 보이는 캐릭터들은 그저 부여된 몇 개의 모에 속성만으로 움직이는 데이터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불만과 아쉬움을 느끼곤 했다. 그러나 이 작품 속의 캐릭터 한 명 한 명은 바로 우리처럼 고뇌하고 흔들리면서도 미래를 향하며 살아가는 한 명의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나는 그게 정말 마음에 들었고, 덕분에 이 작품의 이야기는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또 놀라운 점은 한 단계의 이야기를 완전히 끝맺어 완결내버린다는 점. TV판에서도 그랬지만, <소녀 가극 레뷰 스타라이트>라는 애니메이션이 동명의 (게임, 뮤지컬, 만화 등) 미디어 믹스 상업 브랜드에 종속적인 작품이었다면 절대로 만들어질 수 없는 작품인 것 같다. 이 기획 자체가 어떻게 시작됐으며, 어떻게 감독에게 이만큼의 자유와 권한이 주어졌는지 궁금해진다. 난해한 연출과는 대조적으로 이번에도 결국 주제와 메시지는 더없이 명료하다. 이 작품은 작중 캐릭터는 물론 감독 스스로를, 그리고 이 작품을 보고있는 우리를 강하게 다그친다. 한번 다다른 정상에서 등지고 앞으로 전진하라. 과거의 자신을 죽이고 모든 것을 불사를지라도 몇번이고 도전하고 새롭게 태어나라. 자신만의 다음의 스테이지를 찾아서,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 이 생생하고 호소력 넘치는 메시지 덕분에 나는 이 작품을 쉽게 잊지 못할 것 같다. 얼마 전에 아직은 제목도 미정이지만 후루카와 토모히로의 신작이 제작중이라는 뉴스를 봤다. 앞으로 후루카와 토모히로가 이 폭풍처럼 거칠고 억센 표현들에 자기까지 휩쓸려 길을 잃어버릴지, 또는 그것을 길들이고 정제하여 돌아올지 정말 기대된다. 분명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