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황경신이란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인스타를 하면서 몇몇 사람들이 이 작가의 글과 함께 사진을 많이 올려놓아 도대체 어떤 작가일까 궁금해서 읽어보자, 마음을 먹었었다. 대부분 사랑 얘기에 짧은 글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이 나쁘지 않아 읽어 보았는데, 음 생각 보다 글이 가볍다? 라는 느낌이 강했고 쉽게 읽혀지나 내용들이 다들 비슷비슷 해서 내가 계속 같은 얘기를 읽었나 하는 착각 조차 들었다. 작중 인물은 남자와 여자 사랑하는 관계 혹은 삼각 관계 이렇게 단순한 화자이고, 내용도 사랑과 이별, 그리고 만남과 에피소드들이 주된 내용들이다. 마치 음식으로 따진다면 간단한 토스트에 버터, 혹은 봄소풍용 샌드위치 같은 느낌이었다. 나쁘지는 않은데 내 취향은 아니다. 하지만, 가볍게 기분전환용으로 읽기에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 <현악삼중주> 그러기에는...... 여러가지 사정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여자는 입을 다문다. 여학생은 그녀를 향해, 노골적으로 실망했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니까 그 사람하고 그 여자는 아주 오래전부터....... 여자는 뭔가 여학생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 보려고 한다. 됐어요. 여학생은 그녀의 말을 싹둑, 잘라버린다. 듣고 싶지 않아요. 여러가지 사정 같은 건. 알 게 뭐예요. 뭐? 하는 표정으로 여자는 그녀를 바라본다. 그 정도만 사랑했다는 거예요. 결국. 그 정도.....? 여자는 그녀의 말을 반복한다. 이런 저런 복잡한 일에 얽히는 게 싫었던 거겠죠. 그런 걸 감수할 만큼 서로 사랑한 게 아니었던 거에요. ......네가 모르는 일들이 많아. 어른들한테는.... 여자는 다시 한 번 설명을 해 보려고 하지만, 여학생은 그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그런 거 몰라도 돼요. 서로 좋아하는데 그런 게 다 뭐람. 분이 안 풀린 듯한 표정을 하고, 여학생은 후루룩, 소리를 내어 커피를 마신다. 여자는 멍한 표정으로 입을 다문다. 바람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먼발치에서 두 사람을 보고 있다. . . <인터뷰> 사랑에 관한 글을 쓸 때, 또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 때마다 나를 괴롭히는 질문이 하나 있다. 도대체 이들은 왜 사랑에 빠졌나?, 라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서 하필이면 그 또는 그녀를 사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어째서 별다른 의심도 없이 그것을 사랑이라고 믿게 되는 것이며, 그 모든 고통을 감수하고 사랑을 지키려 드는 건지 나는 정말 알 수가 없다. '이들은 서로 사랑해야 할 운명' 같은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운명의 신호를 우리들은 어떻게 알아차리게 되는 것일까. 그것도 그러게 갑자기, 불현듯, 성급하게 들이닥치는 신호를. . . <리허설> 이별이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사랑이 끝난 후에 오는 것이 아니다. 사랑이 막 시작될 때, 사랑이 그 정점을 향하여 솟구칠 때, 또한 사랑이 내리막길로 미친 듯이 치달을 때, 심지어 사랑이 미처 시작되기도 전에, 순간마다 존재하고 순간과 순간 사이에 존재한다. 만약 이별이란 것이 얌전히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가 사랑이 끝난 후에 찾아오는 것이라면, 우리를 그토록 아프게 할 리가 없다. 그러니까 나의 이 이론은 옳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랑이 끝나 버린 후 더이상 사랑하지 않게 된 사람과 이별하는 일이 우리를 아프게 할 리 없으니까. . . <슬프지만 안녕> 먼 훗날, 우리는 반짝이는 기억들을 모두 잊어버리고, 마치 처음부터 다른 행성에서 태어나 다른 시간 속에 살앗던 사람처럼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영원이란, 우리가 까맣게 잊어 버리고 있는 언젠가의 시간 속에 영원히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 <99퍼센트의 연인> 어째서 사람들은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거죠? 그녀가 물었다. 이를테면 잘 열리지 않은 뚜껑 앞에서 울어 본 적 있어요? 뒤엉켜 버린 끈과 찾을 수 없는 편지들과 사용법을 알 수 없는 기계들, 외계어로 쓰인 것 같은 사용 설명서, 끈이 떨어진 가방과 하얀 옷에 생긴 얼룩, 잠이 오지 않는 밤, 울리지 않는 전화, 온통 뒤죽박죽되어 버린 기억들, 이런 것들을 어떻게 참을 수 있는 거죠? . . #황경신 #슬프지만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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