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미인

페르소나
평균 3.8
베르히만이 침대에서 두 장의 사진을 집어 들었다. 그는 반절씩 접은 사진을 맞대어 보고는 두 배우가 몹시 닮았다 생각했다. 사진 속 한 명은 전 애인이었고 다른 한명과는 후에 아이를 가지게 된다. 그는 그렇게 죄책감에 관한 영화를 만들었다. 과거의 물질로 이루어진 죄의식과 현실을 왕래하게 하면서 '불안'이라는 린 울만의 자전 소설이 있다. 소설 속에 페르소나는 나오지 않지만 그녀는 이 영화가 촬영되던 때에 만들어졌고 영화가 개봉하던 해에 태어났다. 영화의 주무대였던 여름 별장과 조약돌 해변에 부모가 앉아있다. 여기가 얼마나 조용한지 들어봐요. 여자가 말한다. 당신과 나 우리는 너무 닮았어. 남자가 말했다. 촬영은 끝났고 둘은 그곳에 살 집을 지었다. 스웨덴의 포뢰섬, 굽이진 소나무가 몇그루 서있는 인적 없는 조약돌 해변이었다. 남자는 계속 그곳에서 살았고 그곳에 묻혔다. 낙태에 대한 의논은 짧고 건조했다. 아기를 낳았을 때 감독과 여배우 각자 배우자가 있었다. 여배우의 남편은 의사였고 별거중이었지만 이혼까지는 하지 않은 상태였다. 아이의 법적인 아버지를 가리고 이름을 얻기 위해 법정까지 가야 했으나 아이를 위해 세례를 해주는 성직자는 없었다. 감독은 여섯 명의 여자와의 사이에서 아홉 명의 아이를 낳았으며 린 울만이 막내였다. 베르히만의 법적 부인은 다섯이었고 그녀의 어머니 리브 울만과는 결혼하지 않았다. 부모는 딸이 세살이 되던 해에 헤어졌다. 아버지는 실어증을 가진 브루군드 공주의 희곡을 두 번이나 무대에 올렸다가 엄청난 커리어의 위기를 겪었는데 그 뒤로 매일 로힙놀과 바륨을 먹어야 했다. 어머니 역시 수면제를 달고 살았다. 보모들의 손에 커왔던 딸은 잠든 엄마의 얼굴을 언제나 경외하며 바라봤고 자신도 엄마처럼 예쁜지를 매번 물었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처음 사랑에 빠졌던 시절부터 편지를 보냈고 관계를 끝낼 때도 글을 보냈다. 그 둘이 나란히 앉아 결별 증서를 작성했을 때 딸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죄책감은 과거의 물질로 이루어져 있지만 현재와 미래에 번복된다. 그것은 허상일 수도 사람일 수도 있다. 베르히만은 48세에 린 울만을 낳았고 린 울만은 48세에 불안을 발표했다. 세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은 한 장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