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충돌과 물. 고다르의 영화에는 충돌이 많다. 쇼트-역쇼트, 남성과 여성, 좌와 우,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등 대립되는 이항을 언급 또는 등장 시키고 그 충돌을 통해서 영화를 창조해낸다. 역시나 내러티브라는 것을 찾는다는 게 무의미한 영화이기 때문에 무엇이 무엇이라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정의하는 것은 무의미 할 것이다. 다만 보면서 짐작 정도 할 수 있는 것은 말과 소리, 그리고 영상 속에 담긴 것들이다. 남자와 여자가 무엇을 갈구하는 지 서로 서로의 갈구하는 것을 뺏는다는 수많은 대사들. 사회적 두 계급의 모습 등 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추측들 뿐이다. 그리고 수많은 장면에서 등장하는 물의 이미지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도 하며, 정중동의 모습으로 흐르기도 하다. 초기 단편인 <물이야기>에서부터 <필름 소셜리즘>까지 고다르의 영화에서 물의 이미지는 항상 중요했다. 물은 모든 것의 시작이다. 물은 모든 것을 담고 있고, 항상 흐름을 지닌다. 대립의 충돌도 수용하는 게 물이다. 영화 속 수많은 대립과 달리 영화에서 보여주는 물이 무엇인지는 온전히는 알 수 없지만 이럴 것이다. 추측만 할 수 있다. 물의 역사성과 물의 물리적 특성에서. 영화적 소리와 영화 외적인 내적인지 혼돈이 되는 소리도 중첩된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영어와 프랑스어가 중첩이 된다. 영화의 사운드는 수많은 중첩 속에서 충돌된다. 그저 충돌 속에서 취사선택을 할지 혹은 충돌을 그 상태로 둘지 아니면 충돌하는 것 속에서 혼돈에 빠질지 영화를 보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생각을 할 것이다. 충돌이 만들어 내는 소격은 영화에 대한 욕이든 찬사든 뭐든 하게 된다. 어렵지만. 좌와 우를 횡으로 지나는 트레킹 쇼트도 역시나 등장한다. 고다르 영화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좌우 트레킹 쇼트를 뽑는다면 <주말>에서 도로 위를 지나는 트레킹 쇼트이다. 거대한 혼돈과 그 혼돈을 담아내는 긴 쇼트는 인상적이다. <누벨바그>에서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트레킹 쇼트라면 밝은 긴 복도와 방들을 좌에서 우로 트레킹하다가 하나 둘씩 불을 끄면서 우에서 좌로 이동하는 트레킹 쇼트다. 명과 암, 좌와 우가 대비되는 이 장면도 역시나 대비되는 충돌의 이미지가 보인다. 수많은 충돌을 어떻게 해석 해야 할 지 이 영화를 생각해도 모르겠다. 소위 말하는 어려운 영화이다. 고다르 영화가 항상 그래왔지만 이 영화는 나에게 유독 어렵다. 이렇게 글을 적는게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르다. 고다르는 감독은 음성 언어, 고전적인 내러티브를 벗어난 영상, 사운드 그 자체의 의미만을 찾던 사람이니.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혹은 평가할 필요가 없는건지. [2019 5. 25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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