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추가) 올리버를 향한 카메라의 시선, 툭툭 끊어지는 점프컷과 오래된 필름 자국이 지나가던 장면, 흐린 초점은 누군가 기억에 관한 영화임을 보여준다. 엘리오 것이다. 기억 속 엘리오는 올리버가 그리운 순간 머릿속에서 음악을 틀었다. 광장 롱테이크 씬에서 올리버가 잠깐 담배를 사러 사라졌을 때 짧게 음악이 나왔다가 올리버 등장에 꺼지는데 엘리오는 올리버가 사라진 그 짧은 순간에도 그리워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영화 속 음악은 엘리오가 올리버를 그리워할 때마다 흐른다. 올리버를 기다리던 저녁, 마지막 엘리오 롱테이크씬에 흐르던 음악도 그렇다. 그 기억 속 올리버는 엘리오보다 상처받기 쉽고 불완전하게 그려진다. 그는 사랑 앞에서 엘리오에 의해 움직이는 수동적인 캐릭터다. 그는 엘리오가 저로 인해 상처를 받을 때마다 뒤로 물러선다. 첫 키스 후 엘리오가 코피를 흘릴 때는 엘리오 앞에서 한동안 사라지고 복숭아를 먹겠다고 장난치다가도 엘리오의 상처를 보면 놀라며 물러선다. 잘못 쓰인 논문을 칭찬하던 엘리오에게 다정하다며 물속으로 몸을 숨기던 올리버는 부끄러움이 많으며 엘리오와 사랑이 늘 조심스러움을 보여준다. 엘리오가 상처 입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독특한 캐릭터 올리버가 엘리오와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암시하는 부분도 재밌다. 좋아하는 반숙 달걀을 절제한다며 스스로 철저한 이성적인 인물임을 보여주려 하지만 올리버도 엘리오만큼이나 열정적인 인물이다. 엘리오의 감정, 재능을 알아차리기도 하며 삶의 즐거움을 안다. 올리버는 매일 달걀 하나로 제한하며 스스로 통제하는 쪽을 택하는데 이는 감성적인 부분이 스스로 제한한 경계를 넘으면 감당할 수 없음을 알아서다. 적극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엘리오와 대조적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올리버가 두려운 건 엘리오를 사랑하는 마음이 선을 넘어 엘리오에게 입힐 상처다. 그래서 그는 엘리오와 관계에서 수동적인 태도를 보인다. 어쩌면 올리버는 엘리오보다 훨씬 더 감성적인 인물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철저했던 그가 통제를 잃고 엘리오를 받아들인 건 설명할 수 없는 사랑때문이다. 감정에 대한 올리버의 변화는 엘리오와 사랑이 필연적임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필연적인 사랑을 뒷받침하는 장면이 영화 마지막 엘리오와 아버지의 대화 신이다. 자연은 예상치 못한 순간 약점을 찾아낸다고 엘리오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한다. 그 대화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소 광장을 찾아가기 전 올리버가 옆구리의 상처를 보여주는 장면과 연결된다. 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이 상처는 엘리오와 첫 키스에서 더 곯는데 자연이 올리버에게서 엘리오라는 약점을 보았고 그런 올리버가 이미 통제될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상태를 암시한다. 아마 두 사람은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을 것이다. 영화 내내 주고받는 대화는 서로를 향한 끊임없는 사랑의 속삭임이다. 한순간도 버릴 수 없다. 그들 대화가 극대화가 된 순간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 서로 이름을 바꿔 부를 때다. 엘리오와 올리버, 서로 사랑한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쩌면 더 열정적인 감정이 깊은 밤 call me by your name이라는 작은 속삭임으로 완성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성별, 나이를 떠나 운명처럼 다가오는 미스테리한 사랑, 그 놀라운 순간을 표현한 섬세한 영화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던 순간을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던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그 사랑을 이야기한다. -------------------------------- Call me by your name 원제목 그대로 개봉해야 하는 영화. 원서보다 영화가 더 좋다. 많은 쇼트가 아름답다. 특히 호수에서 오래된 조각상을 건져 올릴 때, 엘리오가 자기만의 연못으로 올리버를 초대하고 올리버는 망설이다 두 발을 담글 때, 그 물의 근원인 폭포를 찾아 올라가는 쇼트는 가슴 아프다. 이야기의 절정은 마지막 엘리오의 어머니가 엘리오를 부를 때다. 돌아보는 엘리오 뒤 창 밖에는 눈이 내린다. +)티모시 샬라멧과 아미 해머의 재발견. 특히 아미 해머는 춤추는 거 빼고 다 하는 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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