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 포드
8 years ago
4.5

키스 미 데들리
영화 ・ 1955
평균 3.6
키스는 본심이 아닌 목적을 위한 잠깐의 거짓말이다. 잠깐의 거짓말은 치명적인 쾌락을 선사하기에 끊임없이 반복된다. 키스는 사랑의 상징이 아닌 탐욕의 상징인 것이다. 여기서 여자는 타자화된다. 여자와 마찬가지로 탐욕의 대상이 되는 판도라의 상자는 주체가 상자를 열면 치명적인 쾌락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유도하여 결국엔 주체를 파멸시키고 마는 거짓말이다. 대실 해밋 작가의 샘 스페이드 캐릭터, 타자화를 거부하여 남성보다 더한 탐욕으로 배신을 일삼는 팜므파탈, 마지막으로 용감한 장르변종을 통해 일궈낸 묵시론적 세계관에 대한 공포와 인간 본성에 대한 고찰. 기이하고 괴랄스럽다. 다만 사건을 전개시키는 데 있어서 너무나 쉬운 조사 방식과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힌트들은 개연성이 부족하나 작품의 매력으로 충분히 상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