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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emoon

Liemoon

2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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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땅

책 ・ 2020

평균 3.3

2023년 10월 01일에 봄

세상 만물이 돌아가고 돌아가고 쉼 없이 돌아가네요. 이만하면 다 돌아갔겠지 싶었는데 아직이네요. 돌아가고 돌아가도 도무지 끝이 없네요. 만물 중 하나인 당신에게 묻고 싶어요, 당신은 어느 곳으로 돌아가시려나요. _p.269 (서경덕 <유물음> 변형 인용) “아기를 열차 밖으로 버려요.” “땅에 묻어주게 둬요.” “열차가 언제 설 줄 알고요.” “죽은 아기 하나 때문에 우리 다 죽을 순 없어요.” “우린 살아야 해요.” “왜요?” “네, 왜요?” “살아 있으니까요.” “살고 싶잖아요.” _p.253 “지구가 돌고 있다는 소리는 나도 들었어요. 내 아들이 알려주더군요. 태양을 중심으로 1년에 한 바퀴를 돈다면서요.“ ”겨우 한 바퀴요?“ ”온갖 걸 품고 돌려니 힘이 드는가보지요.“ _p.239 “아나똘리, 이 열차는 회전목마란다. 앞으로 달리고 있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제자리를 돌고, 돌고, 도는……” _p.227 * 처절하고 처절하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채 돌고 도는 기차 안, 다 같은 떠돌이 신세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불길한 예언처럼 사방을 떠돈다. 어느 한 곳에 닿아 맺히지 못한 게 어디 말뿐일까. 끊어진 듯 이어진 문장, 일률적인 태엽 감는 소리, 목적지를 알 수 없는 기차는 그 자체로 ’떠도는 삶‘의 완벽한 상징이다. 반복되는 것, 돌아오는 것, 돌아가는 것, 지난한 것. 절망의 난장에서도 희망이 발견된다는 사실이 끔찍하고 또 서글프다. 소재를 충실히 반영한 제목과 제목과 소재를 가장 강력히 나타내는 구성. ** 서경덕 한시 <유물음有物吟> 其二(기이)
有物歸歸不盡歸 유물귀귀부진귀 물이 돌아가고 돌아가도 끝없이 돌아가니
歸纔盡處未曾歸 귀재진처미증귀 거의 다 돌아간 것 같은데 아직 돌아가지 않았네
歸歸到底歸無了귀귀도저귀무료 돌아가고 돌아가도 끝이 없으니
爲問君從何所歸 위문군종하소귀 그대에게 묻노니 어느 곳에서 돌아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