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정
2 months ago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평균 3.7
나는 그가 식스텐만은 곁에 두려는 그 마음이 더 이상 개를 산책시킬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져 가는 자신의 신체에 대한 최후의 반항이라고 생각했다. 삶 속에서 결정권을 점차 잃어가는 그가 반려견 조차 돌보지 못하게 됨으로써 자신의 무능력을 증명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몸조차 쉽게 가누지 못할 만큼 약해진 상황이었고, 그 사실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책 중간중간에 보의 요양보호사들의 일지가 첨부되어 있는데, 건조한 기록들과 보의 내면적 혼란이 대비되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우리는 누군가를 마치 그 기록처럼 단순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사실은 그 행동에 얼마나 많은 감정과 생각이 가려져 있었는지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를 돌보기 위해 남긴 기록이었음에도 미묘한 냉정함이 잘 느껴진 지점이었던 것 같다. 보는 한스를 내내 못마땅하게 여기지만, 한편으로는 그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며 그가 행복하기만을 바란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그 마음이 뒤로 갈수록 점점 뚜렷해지는 것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