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사늘

사늘

5 years ag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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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인터넷 킬러 사냥

시리즈 ・ 2019

평균 3.5

이 다큐는 범죄를 일종의 흥밋거리로 소비하고 있다는 혐의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설사 동물학대범은 결국 인간에게까지 손을 뻗치게 된다는 것을 강조하여 경각심을 주려고 한 의도였다고 해도. . -제목이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다. '인터넷 킬러 사냥'이라는 부제가 달려있긴 하지만, 이 제목 어디에서도 가학적인 동물-인간 살해범은 연상되지 않는다. 제목을 보고 고양이 학대범을 찾아서 응징하고 학대받는 동물들을 구출하는 스토리를 예상했지, 토막살인범 이야기가 나올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렇게 예상과 실제가 어긋나는 '반전'을 통해 궁금증을 유발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전략은 얍삽하다. 이런 내용을 보여줄 것이었으면 최소한 시청자들이 어느 정도 내용과 수위를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 -다큐의 구성과 연출도 문제적이다. 인터넷 탐정들의 추적-잡히지 않는 범죄자의 구도는 매우 엔터테인먼트적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미진진' '조마조마한' 이런 단어들이 어울리지 않는가? 또한 다큐에서 가해자의 해당 영상을 직접 보여주진 않지만 일부 장면을 노출하고, 무엇보다 사건 관련자들이 영상을 보면서 나타내는 반응과 감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는 결국 '전시'이고,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영상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만든다. '영상이 얼마나 잔인하길래 저런 반응을 보이는거지?'와 같은. 인간은 다양해서 누군가는 다큐 속 형사처럼 영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괴로워 하겠지만, 누군가는 이걸 보며 호기심을 가지고 영상을 직접 찾아본다. . -그나마 이 다큐가 양심을 챙긴 부분 1) 피해자의 친구 인터뷰를 통해 피해자의 삶을 조명한 것. 성소수자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조국을 떠나 좀 더 나은 세상을 찾아 캐나다로 왔을 그의 삶에 대해. 2) 사건에 대해 아주 상세하게 밝히지는 않은 것. . -다큐 마지막에서 인터넷 탐정은 자문한다. 자신들이 한 일이 실은 살인범이 원한 것-관심-을 충족시킨 것은 아닌지에 대해. 그래서 다큐에 출연하는 것도 결국 가해자가 원하는 관심을 더 불려주는 것이 아닌지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큐 시청자에게 묻는다. 당신도 공범 아니냐고. 이건 매우 기만적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 5년이 넘게 지난 이 시점에 이 사건을 다큐로 만들어서 사람들의 흥미를 유도하고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게끔 판을 깔아준 것은 넷플릭스다. 본인은 이 다큐가 제작되는데에 기여한 것이고. 근데 시청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다니? . -그렇기에 이 다큐는 만들어지지 않는 게 더 나았다. 짜임새도 있고 뒷 내용을 궁금하게 해며 꽤 재미있지만, 그 '재미있다'는 게 문제다. 부디 이 다큐를 보고 해당 영상을 찾아보지 않길 바란다. 당신 같으면 당신이 잔혹하게 살해당했는데, 당신이 살해당한 모습이 찍힌 스너프 필름이 인터넷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고 다큐에 의해 환기되고, 사람들이 그 영상을 계속 찾아보기를 바라겠는가? 디지털 성폭력 영상을 보는 것이 가해 행위인 것처럼, 스너프 필름을 보는 것도 가해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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