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udolf

왜냐하면 오늘 사랑니를 뽑았잖아요
평균 3.4
이제 배급이 한 바퀴를 돌았다. 더 어디를 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내가 이 앱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 영화를 천연덕스럽게 모른 척 하는 것도 민망해서 이제 더 여기에 코멘트나 평점이 추가되는 일이 없을 것 같은 이 시점에 이 영화에 만점을 준다. 만점을 준 이유는 이 영화가 좋아서가 아니라 이건 내가 만든 영화고 나는 나를 더 사랑하고 싶고 이 영화 덕분에 즐거운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_ 여기 저기서 상영을 했다. 영화는 최종본이 나왔을 때가 아니라 관객들 앞에서 상영을 할 때 완성되는 거라는 말이 유치하고 뻔하고 폼잡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심으로 공감한다. 관객들이 어디서 몸을 베베 꼬고, 등을 뒤로 푹 기대고, 혹은 어디서 빵 터지고 탄식이 나오는지를 확인하는 건 매번 슬쩍 무서운 일이었다. _ _ 내 영화도 다른 동료들의 영화들처럼 왓챠에 있고 전혀 모르는 사람앞에서 GV를 하는 걸 그렇게 바랬으면서 난 뭐가 그렇게 쿨한 척 했는지 모르겠다. 관심 없는 척, 아이고, 귀찮은 일이 생겨버렸지 뭐야, 뭐 그치만 그렇게 원한다면 상영해 줄게... 혹은 아 분하다 내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도 아니고 고작 이런 곳에나 끌려다녀야 하다니. 나는 하나도 안 기뻐. 이게 뭐 별거라고. 라는 느낌의 표정을 짓기 위해 엄청 노력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어차피 벌름거리는 콧구멍을 숨기기 힘들었을 텐데, 다 티가 났을 텐데, 어치피 집에 와서 편집증 환자처럼 구글링을 하면서! 그냥 더 대놓고 기뻐하고 대놓고 좋아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_ _ 어떤 분은 엽서를 만들어 줬다. 침착하려 기를 쓰고 노력하지 않았다면 울 뻔 했다. 어떤 분은 영화제를 만들어 줬는데, 이 영화 뿐만 아니라 감자와 불란서의 간지도 같이 상영해 줬다. 그야말로 루돌프 한 특별전이었다! 영사 시스템에 문제가 많았지만 그런 것이 하나도 신경쓰이지 않고 그저 기뻤다. 어떤 분은 처음로 천사소녀 네티를 알아봐 줘서 깜짝 놀랐다. 혼자만의 이스터에그같은 거였는데 그런 디테일까지 꼼꼼하게 봐주셔서 놀라웠다. 그 분의 코멘트도 저의 뭐 염화미소 수준으로 통하였는데 다만 내가 숨기고 싶던 모든 정보가 다 들어가 있어서 조금 아찔했다. 끝나고 영화 잘봤어요! 라는 한마디 말이 다 다 다 너무 너무 기뻤다. _ _ 이 영화 덕분에 일년동안 행복했다. 정동진도, 부산도, 광주도 가봤다. 두부전골이랑 국밥이랑 애호박찌개가 참 맛있었다. (광주 명화식육식당을 꼭 가보세요!) 추억이 많은 신촌에서 또 추억을 만들어 좋았다. 이 영화의 연출자가 영화를 계속 할지 안할지 잘 모르겠다. 정말로 모르겠다. 아주 약간의 힌트나 기미나 징조라도 있었으면 좋을텐데 진짜 정말로 단언컨대 하나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렇게 즐거운 추억을 하나 쌓았으니 그래도 조금은 더 해볼 수 있는 무모한 심정이다. 끝!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