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거센 바람이 파도를 켜서 그 큰 배를 썰어낸 줄로 알았다. 화면 속 파도는 차분했고 배는 서서히 가라앉았다. 마지막에 나온 故김관홍 잠수사, 뭍에 닿아 부서진 사람. 삼선 츄리닝을 입은 학생을 보고는 길가에서 주저앉더란다. 그의 팀이 수습했던 292구의 시신들 중 아이들 대부분이 그 바지를 입고 있었어서 292구의 시신을 수습하거나 아이들의 부모가 된 이유로 좌파라고 불리는 일, 자신의 이해관계로 좌우를 가르는 사람보다 세월호에 대해서 피로의 말을 쏟아내던 보통의 사람과 속으로 어느 부분은 동의하고 말아버린 내 순간들이 스쳐간다. 벌판에 내버려진 사람들은 진작에 알았을 것이다. 악마의 이익에 누가 되면 자신도 빨갱이로 몰릴 수 있다는 것을. 황량한 곳서 홀로 걷는 사람 눈엔 슬픔에 공감해주고 힘이 되어주는 버팀목이 있는 그들이 고깝게 보였을 수 있다. 고난의 순간엔 보통 아무도 곁에 없는 법이니 어둠 속에서 갑자기 마주쳐 욕지거리를 뱉고 주저앉은 사람에게 손을 내밀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놀란 순간에 가진 봇짐을 꽉 쥐었을 그 손을, 내가 알아챌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각자가 힘든 삶이다. 서로 미워하라며 좌우를 갈라준 이들만, 온전하게 미워하고 싶다
좋아요 106댓글 3


    • 데이터 출처
    • 서비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처리방침
    • 회사 안내
    • © 2024 by WATCHA,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