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Skräckis

Skräckis

9 year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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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니 다코

영화 ・ 2001

평균 3.4

0. 영화를 시처럼, 음악처럼, 춤추럼, 그림처럼, 때로는 조각상처럼, 요리처럼 바라보고 해석할 줄 알아야 한다. 베토벤 교향곡을 들으며 각 구간에 밑줄 긋고 의미를 풀이하진 않지 않은가, 조각상의 모든 부분에 의미를 묻는가. 1. 영화 속 해석되지 않은, 알 수 없는 부분들은 해석되지 않고 알 수 없기 위해 존재한다. 뭔지 설명될 수 없음을 목적으로 영화 안에 존재하는 것들을 자꾸 설명하려 하면 영화는 점점 더 작아질 뿐이다. 적어도 내 관점에서 도니 다코는 해석을 통해 매력이나 의미를 획득하는 영화는 아니다. 2.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도니 다코 캐릭터 자체가 해석 혐오자이기 때문이다. 세상 많은 사람들은 어떤 것을 굳게 믿고 싶어 한다. 그게 종교든, 페미니즘이든, 자본주의든, 도덕이든, 세상의 어떤 이즘과 관념을 믿는 이들에게 세상은 어떤 식으로든 해석이 되고, 자기 손에 담긴다. 3. 도니 다코는 기본적으로 세상이 말이 안 됨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세상이 자기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는 소년이고 그의 혼란스럽고 화나는 심정을 정신 분열증과 시간 여행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그는 세상을 fear와 love로 해석할 수 있다고 가르치는 선생이나 단순하고 긍정적인 말로 세상을 단순하게 만드는 강사의 현혹스러운 말들에 분노를 표출한다.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다면 이렇게 헤매고 있는 자신은 뭐란 말인가. 세상은 말이 안 되고 너무나 복잡하며 알 수 없다. 4. 시간 여행, 토끼, 세계 종말 예언, 비행기 엔진, 정신 분열 등등은 모두 세상을 읽어내기 벅찬 사춘기 소년의 혼란을 표현하고 세상이 알 수 없음으로 가득 차 있음을 표현하는 도구들이다. 이 표현들이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게 핵심이며, 이게 정신착란증을 위장한 SF 물인지, SF를 위장한 심리 영화인지 교묘하게 섞어 놓은 모양새가 매력이고 창의성이다. 5. 그래도 영화는 제법 분명한 이야기를 한다. 분명한 것들 > 정신 병자 도니 다코의 범죄에 의해서 드러나는 세상의 수면에서 입발린 소리를 해대는 밝은 사람들의 위선, 세상 모든 존재들은 결국 혼자 죽는다는 명제. 그리고 혼자 되는 것이 싫다는 도니의 진심.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죽음 할머니의 구원. 6. 도니다코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혼란의 세상에서,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는 순간에 키스하고 싶다는 여자친구 그레첸을 구하기 위해 죽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 확신한다. 도니 다코가 무슨 슈퍼히어로 이름 같다던 그레첸의 말처럼 그는 웃으며 기꺼이 영웅이 되어 죽음으로 여자친구를 구한다. 이 영화는 결국 세상에 대한 환멸과 혼란 끝에, 소년이 목숨을 바치는 사랑을 그리고 있는 엄청나게 로맨틱한 영화이며, 아이러니하게도 때문에 여자친구는 그의 존재조차 모르고 만나보지도 못한다는 건 로맨틱함을 더 강화시킨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를 잃는 가족들의 슬픔은 아이러니와 패러독스를 강화하고. 이 총체적인 느낌은 쉽게 설명되거나 재단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영화는 아주 풍부하게 이것들을 담아낸다. 7. 왜 토끼 가면을 썼냐는 질문에 왜 인간 가면을 썼냐는 대답은 이 영화를 해석하려는 모든 자들에 대한 대답이 아닐까 싶다.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알 수 없는 것들이 가득 담긴, 그러나 뒤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창고문 Cellar door 다. 이 영화는 그 알 수 없는 것들의, 그 알 수 없음의 아름다움을 기막히게 담아낸 그런 컬트작이다. 촬영, 연출, 연기, 음악 등 모든 게 기적처럼 빛났기에 가능했던, 두 번 다시 재현되기 힘든 그런 작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