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스탠리 크레이머의 <흑과 백> 이전에,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든 '마이클 커티즈'란 존재. (커티즈의 증언으로는)올림픽 펜싱 헝가리 국가대표 출신인 마이클 커티즈는, <카사블랑카>로 유명한 헐리우드 영화감독으로 알려져 있지만 유럽에서 이미 64편의 영화를 찍었던 거인이었다.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비주얼리스트 마이클 커티즈가 죽기 2년 전에 찍은(마지막 작품은 아니다) 영화는 공교롭게도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다. 커티즈는 어디로 떠나고 싶어했을까.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그는 일흔다섯의 나이에 헐리우드 한복판(비유로서가 아니라 정말로)에서 사망했다. 그리고 커티즈는 영화 속의 허클베리 처럼 수도 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헐리우드 영화 속에 새롭게 아로새겼다. 물론 이것은 커티즈만의 애로사항은 아닐 것이다. 유럽대륙에서 혹은, 아시아에서 건너온 이들이 겪었던 이야기의 연장선상에 다름 아니다. 어쩌면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유럽의 왕족과 귀족이라며 허세를 부리는 사기꾼의 처연함 속에 커티즈의 신세가 묻어있을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커티즈의 기나긴 경력의 마지막을 장렬하게 산화시킬 만큼의 걸작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애수'가 존재하며, 증기선에서 선장과 허클베리의 대화 속 뎁스는 <굽이도는 증기선>(1935, 존 포드)이 보여준 핍진성에 버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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