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최승필

최승필

6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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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책 ・ 2018

평균 3.3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황당했었다.. ‘제목이 뭐 이따구야?’ 그리곤 일고의 가치도 없이 잊어버렸다.. 그렇게 내 인생에서 만날 일 없던 책이 왓챠의 ‘연결’의 힘 덕분에 만나서 다행히 내 삭막한 감성이 +1 상승했다.. 제목은 제목대로 도발적인데, 책의 안쪽은 안쪽대로 간단치가 않다.. 같은 자리에 있으면 안되는 이질감의 연속적인 병치는 당황스럽다.. 엄마가 쓰러졌던 때의 심각한 이야기에는 ‘진짜 씨발 내 인생’이라는 구절도 들어있다.. 그것도 같은 마침표의 한 문장 안에 말이다.. 물론 어딘가에서 설명을 해주긴 한다.. ‘그러니까 나한테는 욕이 기호식품인 거야.’ 이 땅의 ‘사회화’의 희생양이므로 하고싶은 말을 늘 삼켜낸다고 말하더니, ‘이상형’이라는 제목의 글 아래엔 ‘침대에서 독서와 섹스를 함께할 수 있는 남자를 찾습니다.’라고 덤덤히(?) 내뱉는다.. 앞에선 ‘내 인생이 지긋지긋했다’고 하고, 뒤에선 ‘저는 지금의 제가 맘에 듭니다’라고 한다.. 자신이 불쾌했던 기억을 기록했으니 읽는이가 불쾌한건 당연하다고 하면서도 ‘자신과 화해하지 못한 사람은 타인을 온전히 받아들이거나 사랑할 수 없다.’는 절정고수급 명언을 같은 책에 담아낸다.. ‘무너진 중산층의 꿈’과 ‘비정상 가족’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었다고 스스로 마무리 글에서 설명하지만, 정작 독자인 내게 더 인상적인 것은 가상의 딸에게 해주고 싶다는 이야기들이다.. ‘사실 세상은 그보다 더 다양하다고 반박할 줄 알았으면 더 좋겠네요.’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패배의식과 싸울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존경하는 학부시절 H쌤이 제대로 꿰뚫었다.. ‘나연 학생의 색은 단색이 아니고 여러 색의 모자이크 같아요’ 초보작가의 글은 어쩌면 교활하기도 하다.. 그런데, 그걸 또 스스로 까발리는 심보다.. ‘글은 선악과 열매 위로 기어 다니는 뱀 같다. 누군가의 손가락이나 혓바닥을 빌리지 않고는 아무런 힘도 가질 수 없으면서 저와 눈 마주친 사람을 잡아먹으려 든다. 밑도 끝도 없이 탐욕스럽다.’ 20200312 (20.05) 덧) @Jazz님이 추천하신 재즈앨범 'Kind of Blue'를 아침 출근길에 처음 감상하는 행운이었다.. 출근길에 이 책을 읽으면서..묘하게 잘 어울린다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