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오세일

오세일

1 year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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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도라도

영화 ・ 1967

평균 3.5

존 웨인이 주연을 맡은 하워드 혹스의 후기 서부극들, 그러니까 <엘도라도>와 <리오 로보>를 볼 때면 노쇠한 육신들의 말년적 정서가 아른거린다. 실제로 존 웨인이라는 서부극의 주역이라는 타이틀을 머금은 피사체 자체가 물리적으로 나이를 먹은 탓도 있겠지만, <붉은 강>과 <리오 브라보>와는 또 다른 쓸쓸한 무드가 강조된달까. 눈에 띄게 줄어든 활력의 혹스 영화를 감상하고 있자니, 마치 존 웨인의 유작 <마지막 총잡이>로 가기 직전의 길을 경유하는 그를 보는 듯하다. 젊음과 늙음의 조화로 이루어진 버디 무비는 하워드 혹스표 서부극의 정석이지만, 어째선지 <엘도라도>는 늙은 두 친구의 우정이 더욱 진하게 그려진다. 몸의 오른쪽 부분이 마비된 콜과 다리가 다쳐 발목을 짚은 채로 전투에 참여해야만 하는 제이피의 협업이라니. 이제는 한때의 전설로 불리게 된 두 늙은 육신으로도 모자라, 그들을 몸이 성치 않은 상황까지 몰고 가는 영화의 의도는 무엇일까. 심지어 이제는 실력이 아닌 머리로 상대방을 쓰러뜨려야만 하는 순간까지. 이 모든 과정들이 어딘가 모르게 씁쓸하다. 전성기를 지나 퇴장을 맞이해야만 하는 이들의 마지막 찬란함의 뒷모습을 비추는 영화처럼 보인다고나 할까. 어쨌든 <리오 로보>와 함께 가장 슬픈 혹스의 작품임에는 확실하다. <역마차>의 존 웨인은 어디로 간 것일까. 언제부턴가 과거의 전설이 되어버린 그. 다소 얌전하고 진중한 무드로 이어지는 와중에도, 툭툭 튀어나오고는 하는 유머 감각이 반가웠다. 숙취해소제를 만드는 장면이나 미시시피에게 돈 한 푼도 쓰지 않는 콜의 모습도 웃겼지만, 무엇보다 후반부에 보안관부에서 펼쳐지는 시퀀스들이 <엘도라도>식 유머의 정점을 찍는다. 그 순간만큼은 잠깐 장르가 바뀌었나 싶을 정도로 유머가 넘쳐나며, 비로소 늙은 그들의 육신에서도 다시금 젊은 피의 정서가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씁쓸함이 강조되던 순간들. 모두의 조롱을 받으며 술집에서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제이피. 그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은 곧 콜의 시선과도 일치한다. 이제는 쇠락해버린 한때의 전설. 가히 <엘도라도>에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