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태랑
4 years ago

변신
평균 3.9
읽는 내내 사범대에서 배운 특수교육학개론의 내용이 떠오르면서 사회복지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는 희귀병을 앓는 자식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한 어머니라든지, 치매노인을 물심양면으로 희생해가며 보살피는 자식의 일화로부터 감동과 숭고함을 느낀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감동이 불편하다. 가족의 사랑과 책무라는 이름으로 벌레를 부양하는 일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작품 속 그레고르의 치밀한 심리묘사는 자폐아동이나 치매노인의 심정을 만분지 일이나마 이해해 볼 수 있게 하는 계기를 준다. 장애인, 노인이 벌레라는 뜻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불의의 사고, 질병, 고령으로 인해 언제든지 벌레로 변신할 위험을 떠안고 살아간다. 능력과 재물이 축복이 아니듯 장애와 결핍 또한 저주가 아닐진대, 왜 가족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도 수많은 가족들이 그들만 의 그레고르를 떠안으며 구약성서의 욥과도 같은 시련을 겪어야 하는가? 벌레가 되어도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사회를 만드려면, 그 책임은 가정이 아니라 국가가 떠맡아야 한다. 지극히 비현실적인 소재로 소름끼치도록 현실적인 주제를 전달한 그의 통찰력에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