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오세일

오세일

3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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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시앙

영화 ・ 1976

평균 3.6

일단 생존이 걸린 문제 앞에서는 살아야겠다는 본능이 우선시되겠지만, 그러한 순간에서도 사랑이라는 감정은 피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결코 하층민들의 자유로운 삶을 보장하지 않는 세상에서 온전한 사랑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그들은, 그저 일차원적 욕망에만 충실한 짐승이 되고 만다. 어머니가 지닌 과거에 대한 배반감과 두려움은 딸 사이에 적대적 관계를 빚게 되고, 딸은 그러한 어머니에게 증오를 품게 된다. 삶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어야 할 부모마저 적으로 돌리게 되니 남은 희망은 오직 사랑하는 남자와의 도피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은 그녀의 마지막 희망마저 잔인하게 짓밟고야 만다. 단순하지만 짙은 클로즈업과 줌 인, 투 샷과 음악의 활용을 통해 삶의 부조리한 순간들을 강렬하게 포착하고 담아내는 카메라가 인상적이다. 그녀가 택한 복수는 매우 극단적인 방향이지만, 그저 당대 필리핀인들의 상상에서 그쳤을 법한 사건을 영화라는 매개체로 실현시켰다는 점에서 탁월한 사회고발적 의미를 갖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