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Laurent

Laurent

8 years ag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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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영화 ・ 1992

평균 3.6

창녀혐오, 여성혐오, 가난혐오, 백인우월주의에서 비롯된 동양인혐오. 가지각색의 혐오에 물든 채 그것이 혐오라고 인지하지도 못하는 이들이 피부색과 성별, 나이를 떠나 유일하게 동등해지는 순간은 옷을 벗은 채 짐승처럼 욕망을 갈구하는 순간뿐. 소아성애자 부자 개저씨의 어린 여성을 향한 개수작이라는 생각은 변함없고 보는 내내 불편했지만, 이 영화의 특이한 점은 그 어린 여성 또한 부자 개저씨를 현실탈피의 도구로 철저히 이용하면서 적극적인 욕구를 취하는 데에 있다. 물론 섹스에 적극적인 어린 여성 캐릭터는 그간 다수의 컨텐츠에서 여성을 '가해당한 입장의 소녀'보다는 '남자를 파멸시킨 꽃뱀'으로 그려내기 위해 자주 써먹어온 장치다. 그러나 이 영화 전반에는 원작자 뒤라스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거대한 힘이 작용하고 있고, 때문에 '침대 위에서 창녀라고 불리자 즐거워하는' 소녀 캐릭터엔 연출가 혹은 각본가의 더러운 의도만이 응집되어 있노라 단순하게 해석하고 넘기기가 어렵다. 나 역시 머리가 복잡했다. 제인 마치의 몸을 관음하듯이 훑거나 질투로 폭력을 행사하는 중국남자의 섹스를 사랑이라 포장하는 남성중심적 시각의 영화임이 분명한데, 한편으로는 이제 막 욕망에 눈 떠 탈출과 배출을 원하는 어린 여성의 적극적인 목소리 또한 들을 수 있는 여성의 영화라니. 처음 맺은 육체적 관계에서 자라난 감정이 사랑인지 그리움인지 헷갈려하는 소녀만큼이나 어떤 태도로 이 이야기를 수용해야 할지 헷갈렸다. 장 자크 아노 감독은 이 영화의 정사씬이 실제 정사였다는 루머에 대응하지 않고 침묵했다. 영화의 흥행을 위해서였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제인 마치를 노출 짙은 영화에 출연시킨 것도 모자라 루머에 그대로 상처입도록 내버려뒀으니,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줄곧 안고 있던 의심은 역시 괜한 것이 아니었구나 싶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