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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oung_Wonly

Hyoung_Wonly

3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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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폴리스

책 ・ 2019

평균 4.1

자신이 선지자라 믿어 의심치 않는, 장차 선지자가 되기를 꿈꾸는 6살 꼬마는 직접 자신만의 경전을 만들어 할머니와 읽어 본다. 어릴 적 나만의 계율을 만들고, 누군가 내 계율에 귀를 기울여주고 내가 만들고 싶은 세상에 호응해주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게 된다. 내가 서 있는 땅이 순간이나마 훨씬 더 단단하게 느껴졌을 듯 하다. 베일을 쓴다는 건 상당히 야무진 손놀림이 필요한 일이라고 한다. 특별한 주름 접기를 통해 머리카락을 감춰야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진보한다. 해마다 이란 여성들은 머리를 1센티미터라도 더 내보이려고 베일을 1센티미터씩 줄여갈 방법을 찾았다. 이런 습관 덕분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어쓴 천에도 가려지지 않는 가치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몸매, 머리 모양 뿐 아니라 정치적 신념까지도. 더 많이 드러내고, 짧을수록 당연히 진보적이었고 현대적이었다. 아무도 자유를 말릴 수는 없다. 저항은 디테일에서 드러난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이란 수도 테헤란은 중동의 파리라고 불릴만큼 문화와 자유가 조화로운 곳이었다. 저자 마르잔 사트라피가 어린 시절을 보낸 테헤란은 그랬다. 얼마 가지 않아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혁명을 일으켰다. 팔레비 왕조는 무너졌으며, 자유로웠던 학교는 히잡을 쓰도록 강요했다. 이미 자유의 가치와 친숙했던 사트라피 가족은 마르잔을 이슬람 사회로부터 격리해 오스트리아에서 생활할 수 있게끔 돕는다. 마르잔은 유럽 내 비유럽국가 출신들을 보는 따가운 시선, 가족과 떨어진 죄책감,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결국 이란으로 돌아온다. 이란 대학에 입학해 미술을 전공하고 연애도 하지만, 이슬람 사회는 여전히 억압적이고 극단적이었다. 마르잔 아버지는 마르잔의 결혼 전에 사위를 불러 세 가지를 당부한다. 마르잔에게 이혼권을 줄 것, 유럽으로 나갈 것, 불행해지면 헤어지고 각자 살아갈 것. . . .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히잡 착용과 엄격한 복장 규정을 강요하는 이유를 표현한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다. 정권은 알고 있었다. 외출하면서 바지 길이가 너무 짧은 건 아닌지, 히잡을 제대로 쓴 게 맞는지, 화장이 너무 튀지 않을지 같은 생각을 하는 여성이라면,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삶의 가치,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 같은 의문은 갖지 않는다는 걸. 모든 억압과 통제에는 바로 저런 목적이 담겨있다는 걸 마르잔 사트라피는 친절하게도 이 책을 읽을 모든 사람에게 일러준다. "우리의 양심을 앗아가는 건 바로 두려움이란다. 우리를 비겁자로 만드는 것 또한 두려움이지. 넌 정말 용감했어. 네가 자랑스럽구나." -페르세폴리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