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톰괴
3.0

해변의 에트랑제
영화 ・ 2020
평균 4.0
원작을 다시 보며 되짚어보니 첫인상보다 꽤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화를 옮겨서 씬마다의 밸런스도 살렸고 애니에만 있는 대화도 귀엽다. 비록 일본어의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말장난이라 번역으로 살리진 못한 거 같지만... 아무튼 이상하게 보고 또 봐도 보고 싶어지는 애니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러닝타임이 1시간 전후로 짧다. 그만큼 호흡이 상당히 빠르고 압축적이며, 영화 속 감정들이 음미할 새 없이 빠르게 지나가버리는 게 많았다. 좀더 천천히 보여줘도 좋았을텐데 원작도 이렇게 빨랐었나...? 대체 어느 새 둘의 감정이 깊어진 건지 나조차도 의아했으니, 원작을 안 본 사람들은 어리둥절 할 것 같다. 그래도 그렇게 빠르게 가까워진 덕인지 짧은 러닝타임 동안 할 건 다 한다. 어린 시절의 미오는 스크린에서 도려내가고 싶을 만큼 귀여웠고, 미오와의 첫날밤에 슌이 과거 '이런 것쯤 가뿐히 극복하리라'라고 다짐했다는 회상 부분에서는 눈물도 좀 났다. 슌과 미오가 재회할 때 나오는 배경음악이 존재감은 크지 않지만, 잔잔하고 신비로운 느낌이라 그것도 기억에 남는다. 작화가 깔끔하고 좋은데 개인적으론 원작의 느슨하고 포근한 느낌이 좀더 살았다면 좋았을 것 같다. 또한 원작은 주변환경이나 사물같은 걸 이용한 연출이 무척 뛰어난데, 영화에선 그걸 느끼기가 어려웠다. 번역이 순한 맛(?)인 것도 아쉽다(난파가 고백이 되고 손가락 넣는다는 말이 두루뭉술하게 표현됨). 3점은 원작에 대한 사심을 담은 점수로 좀 아슬아슬했다. 압축적인 부분을 풀어서 러닝타임을 늘리고 섬세하게 연출했다면 좋았을텐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