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1> 우리는 모두 아프고, 우리는 모두 건강합니다. ⠀⠀⠀⠀⠀⠀⠀⠀⠀⠀⠀ <2> 때로는 한 걸음 한 걸음, 무작정 앞만 보고 천천히 발을 내딛으며 나를 죄는 강박적인 생각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산과 바다, 혹은 여행을 통해 일상의 부재를 경험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닐까? 일상에서 계속해서 마모되고 있을 나의 감정과 삶을 잠시라도 보살피기 위해. 또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박힌 인생을 걸으며 ‘나’의 다양성을 잃고 그저 뻔한 모습으로 축소된 삶을 살고 있다. 그렇기에 일상이 닿지 않는 어딘가로 훌쩍 떠나는 건 단순한 기분전환을 넘어, 그동안 버려지고 잃어버렸던 나의 조각을 되찾는 과정 아닐까? ⠀⠀⠀⠀⠀⠀⠀⠀⠀⠀⠀ <3> 어느 정신과 의사가 이렇게 말했다. 우울증은 마음이 걸린 독감이나 마찬가지라고. 그만큼 아픈 거고, 치료를 받지 않으면 위험한 병이라고. 우린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독감에 걸리면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다. 그런데 우울증을 포함한 마음의 병에 한해서는 예방을 위한 노력은커녕 그 감정조차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렇게 마음의 병에 걸리더라도 어디에도 드러내지 않은 채 홀로 견딜 뿐이다. 나이를 먹고 짊어져야 할 책임이 늘면서 일과 사랑, 가족, 미래 등 다양한 고민이 더욱 복잡한 형태로 우릴 몰아넣는다. 그러나 어른이라는 이유로 그 힘든 고민을 드러내지 못했고, 힘듦을 인정하는 게 곧 나약한 것이라며 다시금 스스로에게 채찍질했다. 과연 이게 옳은 걸까? 열도 없고 어디 부러진 데도 없고 심장박동도 정상이지만 이게 정말 괜찮은 걸까? 사람들의, 겉으로 보이는 상처만이 상처의 전부가 아님을 깨닫고 있는 요즈음이다. ⠀⠀⠀⠀⠀⠀⠀⠀⠀⠀⠀ <4> 마음의 병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고민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것 아닐까?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공감 받는 것. 불완전해도 괜찮다는 상대의 말 한 마디에 위로 받는 것. 그것만으로 우리의 고민이 한결 부드러워질 수 있지 않을까? ⠀⠀⠀⠀⠀⠀⠀⠀⠀⠀⠀ <5> 물론 그런 고민도 있다. 사람에게 기대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고민. 결국 나의 선택과 책임에 모든 게 달려 있을 수밖에 없는 그런 고민이. 대표적인 예가 결혼 아닐까? 결혼에 대한 고민, 즉 그 사람에 관한 모든 걸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여부는 오직 나 자신만이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산을 향한다는 것, 그건 어쩌면 몸을 움직이고 풍경을 즐기기 위해서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마음 한구석에 접어 놓았던 나의 고민을 천천히 펼쳐 보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니깐.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익명으로 존재하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깐. ⠀⠀⠀⠀⠀⠀⠀⠀⠀⠀⠀ <6> 소설에서 주인공에게 상처가 되거나 자존감을 떨어트리는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우리 현실사회는 오죽 많을까?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이 늘 존중의 표현인 것이 아닌데, ‘다 너를 위해서’라며 운을 띄우고 거기에 ‘사실’이니 ‘현실’ 운운하며 충고하고 조언하는 사람들. 타인을 깎아내려야만 만족할 수 있는 뒤틀린 사람들. 만일 그들이 정말 상대를 존중한 마음이 있었다면, 그 말을 듣는 상대 마음이 어떨지를 먼저 고려해야 하지 않았을까? 진짜 충고를 들어야 할 사람은 듣지 않고, 오히려 그런 사람에게 충고를 들으며 상처받은 사람만 생기는 슬픈 아이러니라니. ⠀⠀⠀⠀⠀⠀⠀⠀⠀⠀⠀ <7>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어디를 목표로 가고 있는지 길을 잃은 것 같은 요즈음,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한편으로는 소중한 누군가와 또 한 번 산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등산을 즐겨하지도 않았고 오른 산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도 않지만, 누군가와 함께 한 발 한 발 내딛었는지는 또렷이 기억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가족과 연인, 친구 등…그저 묵묵히 산을 올랐을 뿐인데도 그 느슨하게 이어져 있는 느낌이 좋았다. 비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그 신뢰감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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