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소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평균 3.6
처음 이 책을 네이버 책소개에서 보고 마치 내 엄마와 딸인 나의 관계를 보는 것 같아 소름끼치게 놀랐다. 마치 오랫동안 비밀처럼 간직했던, 소곤거리던 엄마에 대한 뒷담화가 드디어 책으로 나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주변 친구들에게도 공유했고, 우리는 많이 공감했다. 책소개의 댓글은 수백 개였던 것 같다. 우리 시대의 딸들이 다른 시대를 거쳐 살아온 엄마들과 많은 불화와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것이 놀랍고 놀라웠다. 그런데 실제로 이 책을 보면서 나는 깊이 공감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이 엄마에게 책임을 몰아가는 듯했다. 책을 보기 거북해서 잠시 덮어뒀다. 그러면서 엄마에 대한 무의식적인 부정의 감정들이 쌓여왔던 것 같다. 그즈음 집안에서 남녀 성별 관련한 문제로 다툼이 있었고, 나는 예전과는 다른 태도로, 좀더 이성적으로 엄마에게 화냈다. 엄마는 그런 시절에 살았기 때문에 아들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어. 나를 더 안 좋아해도 괜찮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어. 그런 건 다 상관이 없다고. 근데 우리가 그냥 다른 시대를 살아서 이렇게 다른 가치관때문에 싸우고 있는, 이 상황이 괴로워서 우는 거야. 라고 말했었고, 그렇게 쏘아붙이고 난 뒤 신기하게도 엄마를 향해 쌓아뒀던 담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엄마가 살아온 시대의 엄마를 이해하는 것. 엄마를 한 여성으로 이해하는 것. 엄마를 한 인간으로 이해하는 것, 그 이해를 하기까지 33년이 걸린 것 같다. 그리고 그 이해를 도와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과 함께 강화길의 <음복> 또한 그렇다. 이 책은 엄마와 딸이 온전히 분리해야함을, 엄마의 결핍이 아이를 감정쓰레기통으로 만든다는 것을, 결국 "엄마"는 한 "여자"이고 한 "인간"이기에, 혼자도 잘 설 수 있는 한 인간이 먼저 되어야만 한다고 말하는 책이다. 감사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