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신상훈남

신상훈남

7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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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영화 ・ 2004

평균 3.8

그리 대단한 서사 구조를 가진 작품은 아니지만, 충분히 울림이 있으며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고 애틋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다가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안타까운 캐릭터를 '유령'이라는 인물에 잘 대입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이성에 대한 심한 집착일 수도 있지만, 홀로 썩혔던 마음이 쌓이고 쌓여 그를 저렇게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란 걸 스스로가 알기에, 어두운 암흑 속 서서히 붉어지는 마지막 장미꽃처럼, 그는 멀리서 그녀를 가만히 지켜볼 뿐이다. 라울과 크리스틴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조금 미흡해 아쉬웠다. 노래는 평범한 연기보다 감정을 더욱 잘 표출할 수 있지만 계속해서 노래만 부르다 보면 섬세한 감정의 변화는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그들의 사랑이 훨씬 설득력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갑작스럽게 입을 맞추다보니 공감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와 노래의 선율이 너무 좋아서 영화 보는 내내 행복하기만 했다. 이 영화의 명장면 1. 오페라의 유령 등장 오페라 극장 아래 저런 신비로운 공간이 있다는 소재 자체가 내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거울의 문을 열고, 하염없이 계단을 내려가고, 여러 촛불들을 지나고, 배를 타고 나면 그제서야 들리는 애달픈 오르골 소리... 뮤지컬에서는 이렇게나 신비로운 공간 연출은 해내지 못하지만 그래도 관객들로 하여금 상상할 수 있게 여러 여지들을 남겨두었다. 이 점에서는 원조격인 뮤지컬보다 영화가 훨씬 좋았다. 때때로 관객들은 상상하는 것보다는 직접 경험하는 것을 원하니까. 2. All I Ask For You 라울 하얗게 내리고 있는 눈, 배경은 어둡지만 약간 푸르스름해서 어딘가 산뜻한 분위기를 풍긴다. 유령은 멀리서 이들의 사랑이 섞인 대화를 지켜보고만 있고, 라울과 크리스틴이 부르는 노래의 선율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사랑을 담고 있는 가사 또한 너무 와닿아서 가사만 보고 있어도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3. 가면무도회 뮤지컬은 전체적인 노랫소리나 배경, 무대연출, 안무가 제일 잘 보인다. 또 영화는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 혹은 표정, 더 화려한 표현법이 잘 보이기 마련이다. 특히 이 장면이 그렇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가면을 쓰고, 신나는 노래에 맞춰 그에 맞는 신명나는 춤을 추고 멋진 배경을 뒤로 각 잡힌 대열에 정확한 칼군무까지. 뮤지컬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여기다가 개개인의 표정연기, 여러 각도에서 보여주는 무도회의 성대함 등이 모여 더욱 풍성한 무도회장으로 만들어주었다. 영화관에서 봤으면 전율이 끊이지 않았을 듯 하다. 4. All I Ask For You 유령 이 장면이 제일 슬펐다. 오페라의 유령은 아마 크리스틴과 관객들이 보는 앞에서 그녀를 위한 노래를 부르기 위해 여태껏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정말 사랑하기에, 그녀와 화음을 맞춰보고, 가사에 담긴 진심을 공유함으로써 본연의 존재를 깨닫는다. 자신의 얼굴에 담긴 트라우마, 주변의 비난을 꾹꾹 참으며 견뎌냈던 그에게 따뜻한 위로의 손길을 건네줬던 크리스틴의 손을 쉽게 놓을 수 없는 건, 다 이 때문이다. 진실의 아름다움을 외면했다는 가사가 나온다. 나는 이 가사가 유령의 아픔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본심을 상처 때문에 숨기고, 늘 가면을 쓰고 살아가다 막상 그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진심을 보여주는 건 진짜 얼굴을 드러냈을 때다. 이토록 답답한 감정이 쌓인 한 남자의 비극적인 러브 스토리를 정말 아름답게 잘 풀어낸 영화다. 뮤지컬 영화답게 삽입곡들이 너무 훌륭해서 좋았다. 여운이 남는 엔딩 또한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