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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없는 미녀>의 범인은 복면을 쓰고, 어둠 속에서 움직인다. 그러나 그가 누구인지 영화는 숨기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그의 범죄의 목적 역시 숨기지 않는다. 이후 서사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오윤근을 중심 축에 배치하고 그 주변에 불현듯 등장하는 인물들의 정체에 무게 중심을 둔다. 앞으로만 거침없이 전진하던 오윤근은 최박사의 함정에 빠지게 되면서 멈춘다. 즉, 오윤근은 영화의 2/3 지점에서 빠른 속도로 지나쳤던 자신 주변에서 벌어지는 공포의 '실재'와 마주한다. 현재의 불안과 공포는 플래시백이 호출한 대동아전쟁 말기에 근간한다. 후식민의 문제를 식민의 단절이 아닌 '연속'에서 찾으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를 오윤근의 개인적 문제로 대체한 부분은 식민과 후식민의 관계의 또다른 단절이라 할 수 있다. <목 없는 미녀>가 '섬뜩함'에 다가가지 못하고 '기괴함'에 멈춘 것은 이 때문이다. (2020.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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