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훈남

공기인형
평균 2.8
2023년 11월 22일에 봄
“생명이란 혼자서는 완벽해질 수 없도록 만들어졌나 보다. 꽃도 암술과 수술이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아서 벌레와 바람이 찾아와 암술과 수술을 만나게 해준다. 생명은 자기 안에 결여를 품고 있어서 누군가 그 결여를 채워줘야 한다.” '외로움'은 '마음을 가진 생물'이라면 누구든지 느끼는 감정이다. 인간은 그 외로움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생긴 공기인형은 지속적으로 주입구를 통해 공기를 불어넣어줘야 하고, 늘 곁에 놔두며, 성욕도 해소한다. 결여되어있는 마음이 '고작 인형 하나로' 충족된다면 이렇게나 불편하지 않는 삶이 또 어디 있을까. 누구한테 상처 줄 일도 없고, 이렇게 모두가 편할 수 있는 세상인데. 그 인형한테, '마음'이라는 게 생기기 전까지는. “사실 세상이란 타인들의 집합소다. 그런데도 서로가 서로의 결여를 채워준다는 건 알지도 못 하고 누군가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그저 뿔뿔이 흩어져 서로에게 무관심한 채 살아가며, 때로는 서로를 혐오하는 것마저 허용되는 관계다. 이렇게까지 세상이라는 곳의 짜임이 허술한 것은 왜일까?” 누군가 누군가의 결여를 채워준다기보다는. 우리는 그저 살아간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그렇다. 그렇게 교육받은 적도 없고, 그런 분위기조차 형성된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 우리는 타인에게 무관심하다. 어떤 옷을 입는지, 어떤 마음을 갖고 사는지. 그러다, 심하게 다르거나 마음이 맞지 않으면 증오하기도 한다. 공기인형이 보는 세상은 더욱 더 그러 했을 것이다. 그토록 짜임새 있게 만들어진 인형을 만든,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 속은 어떻게 이리도 허술하고 이상할까. “꽃이 피어있는 곳 바로 근처에서 등에의 모습을 한 타인이 빛을 가득 몰고 날아오고 있다. 나도 한때는 누군가를 돕는 등에였을지 모른다. 당신도 한때는 나를 돕는 바람이었을지 모른다.“ 공기인형은 연약해 보이지만 두 가지 굳건하게 믿고 있던 것이 있었다. 바로 자신이 누군가한테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과 인간이 자신을 위해 도와주었다는 '감사'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어떠한 의도든 자신이 도움이 된다고 느낄 때마다 그들에게 감사를 느낀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나름 자신만이 특별하게 도움이 되는 순간만을 선호하게 된다. 마음이 생겨버린 순간, 하고 싶은 것이 생기고, 받기 싫은 것이 생기며, 인간에게 대하는 태도 또한 달라진다. 수동적이었다가, 어느새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도 하고, 상대의 의견을 물어보기도 한다. 마음을 가진 누군가에게라도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작품. “처음엔 다 똑같았는데 다시 돌아왔을 땐 얼굴이 전부 다르더라. 사랑받았는지 아닌지 표정에서 보이는 거지. 그렇다면 얘들한테도 있었던 게 아닐까? 마음 말이야.” [이 영화의 명장면] 1. 빠져버린 바람 인형에 비비적대는 오프닝도 충분히 충격이었지만 사실 인간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몸에서 바람이 빠지는 걸 보는 이 장면이 더 충격적이었다. 바람이 빠지는 소리 하며 힘없이 늘어지는 시체 같은 형상. 그리고, 준이치에게 몰입해 있는 상태였는지라 처음 보는 그 광경에 얼마나 황당했을지 당최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다른 인간들과 똑같이 대해준다. 그리고는 상처받았을 인형을 꼬옥 안아준다. 이 인형은 헷갈린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이것이 마음인지, 또 안아주는 대상의 마음은 또 진심인지. “조금만 더 이대로 있어줘.” 2. 불어넣지 못 하는 바람 준이치는 거짓말을 했다. 악의가 있었던 건 아니다. 마음을 가지게 된 인형이나, 마음을 잃어버린 인간이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인형은 그 말을 그대로 신뢰했다. 그에게도 주입구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공기가 빠지는 그 느낌을 궁금해했던 준이치에게 직접 그 느낌을 선사해주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의 복부를 벤다. 이 인형은 상처에서 피가 나는 건지 모른다. 피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까. 자신에겐 피라는 것이 나지 않으니까. 어쩌면, 상처 하나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지도. 공기인형은 숨을 내뱉는 것마저 조심스러웠다 그렇게라도 세상을 더 보고 싶어했던 인형이 결국 버려지기를 자초한다 유일하게 자신에게 공허함을 주지 않던 유일하게 숨을 불어넣어주던 준이치를 잃었기 때문이다 인형에게는 죄가 없었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인 인형에 불과하니까 노조미는, 봐왔던 세상의 것들 중 어떤 걸 떠올리며 눈을 감았을까 “네가 본 세상은 슬프기만 했어? 아름답다거나, 예쁜 것들도 조금은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