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지하실

지하실

6 month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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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벨룽겐- 크림힐트의 복수

영화 ・ 1924

평균 3.7

지하실 (jihasil.com) | OTT | 2025년 10월 10일 - 2025년 12월 10일 게르만 신화를 바탕으로 한 이 대서사시는 영웅 지크프리트의 모험과 그의 아내인 크림힐트의 복수를 두 부분으로 나누어 다룬다. 프리츠 랑은 이를 통해 1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 민족의 정체성 재건을 꾀했으며, 인체의 군무와 장엄한 세트 속에서 인간 운명을 질서정연한 조형미로 표현한다. 강철과 불, 나무숲과 용의 이미지가 뒤섞인 미장센은 독일 낭만주의의 정수를 이루고, 복수의 순환 구조는 냉혹한 운명론으로 귀결된다. 기술적 완벽주의와 상징 서사가 결합된 영화는 판타지 사극의 미학적 기틀을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 구로사와 아키라의 <란 (1985)>이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희생 (1986)>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니벨룽겐 (1924)>은 필관작이다. 실제로 거대한 궁전 하나를 지은 다음 그걸 통째로 태워버리는 미친 스케일의 세트피스는 프리츠 랑이 먼저였다. 독일의 국가 주도 영화사 UFA의 막대한 자본력을 가늠할 수 있는 영화로서 <니벨룽겐>은 그 자체로 신화적이다. 지그프리트와 크림힐트의 이야기로 딱 양분되어있는 <니벨룽겐>은 그 구조 자체로도 할 말이 많다. 비록 신화를 기반으로 하는 영화지만, 왕도적 영웅 서사를 그리는 지그프리트의 파트와 달리 그의 아내가 복수귀가 되어 각종 권모술수를 펼치게 되는 크림힐트의 파트는 꽤나 모던하다. 사실, 이런 평가도 현대 관객들만이 하는 착각은 아닐까? 여성이 주체성을 가지고 서사를 주도한다는 개념은 페미니즘의 도입 이전에도 있었다. <베오울프 (8 - 11세기 경)> 혹은 <맥베스 (1606)> 등이 그렇다. 그러니, 역사의 이면에서 존재감을 과시한 여성이란 본작에서만 특수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