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각키와 류헤이의 만남, 포스터부터 '짐승'이라는 제목의 단어까지 맘에 들지 않는 구석이 없었다. 처음에는 조금 힘이 떨어졌던 연출이 갈수록 힘을 받으면서 목적지까지 달려간다. 참 좋은 작품이었다. 파견사원으로 아직까지 정사원의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아키라(각키). 뭐든 맞겨주는 일을 잘 해내고 싶어하는 그런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는 직장인의 모습이다. 하지만 하필이면 회사는 '악덕기업'. 일본어로는 '블랙기업'이라고 불리어도 틀린 말이 아닐 사장이 있는 회사다. 영업부터 사장 비서일까지 모든 일을 일 잘 하는 한 명이 다 하게 만드는 체계 따위는 밥 말아먹어 버린 회사였다. 그 상황에서 후배 사원까지 챙기며 다사다난한 회사 생활을 보낸다. 그러면서 4년 간 사귄 남친(다나카 케이)은 그 4년 간 전 여친(쿠로키 하루)을 자신의 맨션에서 룸 쉐어(?)하고 있음이 밝혀지고, 그 전 여친은 자꾸 아키라에게 의지하게 된다. 그리고 매일가는 술집 '5taps'의 술 친구 코우세이. 뭔가 참견많은 수염 난 회계사였다가 내 고민을 들어주는 정말 좋은 친구였다가...시시각각 변하는 사람. 맘에 안 들면서 자꾸 기대게 되는 사람. 우습게도 술 친구의 옛 사랑(키쿠치 린코)마저도 아키라에게 조언을 구하는 우스운 상황이 생긴다. 내 남친의 전 여친, 술 친구의 옛 사랑까지.. 바람 잘 날 없이 모든 사람을 챙기는 사람 '신카이 아키라' 그녀의 성장기. 언젠가부터 각키 주연의 트렌디 드라마들을 그냥 지나칠 작품들이 없음을 느낀다. 트렌디 드라마에서의 밝음과 어두움을 너무 자유자제로 잘 넘어다닌다. 이건 분명 배우 한 명의 역할이 아니라 연출과 극본의 역할이겠지만, 이런 작품을 고르는 배우의 능력 또한 출중함에 찬사를 보낸다. 특히 대성공을 이룬 <도망부끄>에서의 모습을 오랜 만에 보니 참 어리구나 싶다. 각키의 연기도 그 만큼 참 차분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2010년도 이전에 공연했던 <연공> <하나미즈키> 등의 영화에서 좋은 평을 들었던 걸로 알고 있지만, 딱 각키가 떠오르는 시기 즈음에는 일본영화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던 시기였기에 좀 핀트가 맞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 나에게는 드라마 배우라고 느껴지는 점이 있긴 있다. 수 년간 이어지는 일본문화계에서 차라리(?) 영화보다 나은 드라마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가 있다. 그런 드라마에서 자꾸만 만날 수 있게 되어서 기쁜 배우였다. '교복'과 '스마일'만을 떠올리지 않아도 되는 배우가 계속 되어주길. 그리고 마츠다 류헤이. <고하토>와 10년도 전에 청춘영화들에서 짙은 아이라인과 함께 껄렁한 반항아의 아이콘이었던 류헤이였다. 하지만 <마호로...>로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진듯한 느낌의 또라이를 어떻게 저렇게 몸에 옷을 입은 듯이 표현할 수 있을까 놀라움을 줄 정도의 모습이었는데, 거기서 다시 한번 안경을 쓰면서 변신을 해낸다. <행복한사전>을 기점으로 뭔가 엘리트 이미지를 가진 배우가 되어가고 있는데, 그런데 <마호로..>의 '타다'역을 아직도 벗어내지 못한 듯한 연기가 보여서 이상하게 좋다(?). 짐승이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듯한 뉘앙스의 제목이지만, 그들은 절대 짐승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한 없이 착하고,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 할 수 없는 그들. 거의 나를 희생한다고 생각될 정도로 남을 도우려고 하는. 한 편으로 이해는 가지 않는데, 언젠가 그런 사람들을 보면 정말 그 도움들이 나에게 돌아오는 걸까? 라고 그 의문문이 든다. 주위에 사람들을 둘러보게 되고,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드라마. 그리고 어디에 속하더라도, 누군가와 함꼐 있더라도 나로 존재할 수 없는 공간, 관계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쳐주는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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