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소설은 소설이 되지 못한다 퀴어가 된다. 퀴어영화는 영화가 되지 못한다 퀴어가 된다. 퀴어의 사랑은 사랑이 되지 못한다 퀴어가 된다. 퀴어사람은 사람이 되지 못한다 퀴어가 된다. 퀴어소설가 박상영은 커밍아웃하지 않았다. 하지만 '보통, 정상, 평범한 소설가'가 되지 못한다. 태연한 전제로 '퀴어소설'가는 '퀴어'소설가가 된다. 게이의 섹스는 섹스가 아니라 애널섹스이며, 트렌스젠더의 치마는 의복이 아니라 정치적 행위가 된다. 퀴어 연예인의 사생활은 사생활이 아니라 게이루머가 되고, 퀴어남성의 말투는 퀴어남성의 말투가 아니라 게이 같고 끼스럽고 여성스러운 것이 된다. 사랑은 동성애가 되고, 사랑하는 사람은 동성애자가 된다. 너희들은 우리가 이렇게 태어나고 싶지 않았을 것 같겠지만, 사실은 이런 세상에 태어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정을 하느니 마느니 운운하며 사과하는 사람은 없다. 생각도 없는데 남자며느리는 반대한다. 나는 게이 그거 찬성이란다. 근데 내 아들 형제는 아니구 난 안 좋아했으면 좋겠어 라고 조건을 붙인다. 그런 사람들과 말을 섞으며, 대체로 대꾸하지 못하며 산다. 소수자는 기득권자가 다수를 규정하기 전엔 그저 여태 태어나고 살아있을뿐이었다. 어쩌면 이 세상에 내 발자국은 점으로조차 남지 않을지라도, 그 점에 이름만큼은 알아서 붙일테니.